서울시교육청이 불법 고액과외 학원에 대해 대대적인 단속에 나선 24일 밤 강남구 대치동 일대 학원가는 평소와 달리 어둠이 깔려 있었다.
특별단속이 실시된다는 사실이 예고된 때문인지 학생들로 북적이던 학원들은 일찌감치 문을 닫아 한산한 모습이었다. 일부 학원은 저녁부터 셔터를 내렸으며 아예 이달 말까지 휴원(休院)한다는 안내문이 붙어있기도 했다.
대치동 A학원은 6개 강의실이 모두 불이 꺼진 채 텅 비어 있었고 원장으로 보이는 학원 관계자 1명만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이 관계자는 단속반이 들이닥치자 “월요일은 원래 수업이 없는 날”이라며 “큰 학원은 놔두고 왜 이런 조무래기 학원을 단속하느냐, 목적이 뭐냐”고 따졌다. 단속반의 신원을 확인해야겠다며 신분증을 요구한 뒤 이를 복사하기도 했다.
단속에 대비한 듯 수강생 대장 등 관련 서류를 치워놓은 듯했으나 조사 결과 강남교육청이 아닌 다른 지역 교육청에 교습 신고를 한 채 이곳에서 불법 영업을 해 온 것으로 확인됐다. 또 수강료도 과목당 신고액(월 5만원)보다 많은 10만∼15만원가량을 받고 있었다.
인근 오피스텔에 입주해 있는 B학원은 여러 과목을 가르치는 곳으로 과목별 강사가 개인과외 교습을 신고한 뒤 6개의 강의실을 마련해 강의하는 과외방이지만 사실상 학원 형태로 운영되고 있었다.
시교육청 심영면 장학사는 “사실상 학원으로 봐야 하지만 현행 법률로는 제재할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대치동 C학원은 강사 프로필과 수강생 명단을 장부에 기입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시정명령을 받았다. 그러나 학원장은 “초고액과외로 소문난 학원들은 아예 건드리지 않거나 미리 정보를 흘려주고 힘없는 보습학원들만 표적 단속하는 것 아니냐”며 강하게 항의했다.
이날 유인종(劉仁鍾) 서울시 교육감은 “단속에서 불법고액과외를 받은 사회지도층 자녀가 적발될 경우 명단을 공개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며 강력한 단속 의지를 거듭 밝혔다. 시교육청은 이날 강남지역에만 5인 1조로 된 6개조의 단속반을 내보내는 등 서울시내 전역에서 100여명의 민관 합동단속반원이 단속을 벌였다.
그러나 교육청의 특별 지시로 서둘러 진행된 이번 특별단속은 첫날 단속 결과로 미뤄볼 때 큰 효과를 거두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사전준비 부족 때문이다. 단속정보의 유출을 우려해 강남지역 학원을 전담했던 공무원들을 단속반에서 제외한 데다 단속반원에게 어느 곳을 점검할 것인지 미리 알려주지 않아 사전정보가 전혀 없는 상태에서 단속을 나가야 했다.
단속반에 참여한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제보 내용이 대부분 전단지 수준이어서 변죽만 울리고 있는 느낌”이라며 “준비 기간이나 내용이 너무 부족했다”고 털어놨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단속이 진행되면 더 나아지겠지만 정말 잡아내야 할 불법과외는 더 꼭꼭 숨어버릴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시교육청은 1000만원 이상의 개인 고액과외를 신고하거나 현직교사 불법과외를 5건 이상 적발한 경우 200만원의 보상금을 지급하며, 학원 수강료를 초과징수한 경우도 신고하면 최고 100만원까지 보상금을 지급한다. 단속본부는 강남도서관에 마련됐으며 고액과외 및 불법 운영 학원에 대한신고 전화는 02-546-0182∼3, 2106∼7로, 신고 안내는 교육청 홈페이지(www.sen.go.kr)를 참고하면 된다.
손효림기자 aryssong@donga.com
조인직기자 cij199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