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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년 65세로 연장]고령화 초고속 진행… 성장위축 우려

입력 | 2003-11-09 18:38:00


재정경제부가 9일 고령자고용촉진법상 정년(停年)을 연장하겠다고 밝힌 것은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는 한국의 인구 고령화에 대한 위기의식을 반영한다.

일하는 청장년층은 줄어드는 반면 경제활동에서 ‘은퇴’한 노인층이 많아지면서 △노동인구 비율 감소 △저축률 하락 △재정 악화 등으로 성장 동력에 큰 차질이 예상되는 탓이다.

그러나 재경부가 이번에 개정을 검토하고 있는 ‘고령자고용촉진법 19조’는 ‘정년을 정할 때 60세 이상이 되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선언적 규정이어서 65세나 그 이상으로 정년이 늘어나더라도 기업들이 의무적으로 따라야 하는 것은 아니다. 강제 조항이 아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번 방침이 노령자들의 취업 확대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치기 위해서는 구체적인 규정의 손질이 따라야 한다. 후속조치가 미흡할 경우 이번 발표로 기대에 부풀 노인들에게 실망만을 안겨줄 수도 있다.

▽정년 연장, 보완대책 필요하다=재경부가 법적 정년을 연장하는 방침을 세웠지만 실효성이 있을지는 미지수다. 관계 법령인 고령자고용촉진법상 규정이 상징적인 의미만 담고 있기 때문. 법적으로 정년을 연장하더라도 강제 규정이 아니라는 점에서 민간 기업들이 따르지 않으면 그만이다.

특히 생산성이 떨어지는 고령자보다는 젊은 층을 선호하는 기업이 많은 데다 청년실업 문제가 심각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정년 연장에 동참하는 기업이 많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 중론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 김영배(金榮培) 전무는 “정년 연장은 경륜이 있는 인력 손실을 막는다는 점에서 일부 긍정적”이라며 “그러나 심각한 청년실업 문제가 악화될 수 있는 데다 노조에서 정년 연장 조항을 빌미로 회사측에 과도한 요구를 할 수 있는 만큼 경제가 어느 정도 회복된 다음에 논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반면 노인단체들은 정년 연장 방침을 대체로 반기는 분위기다.

백창현(白昌鉉) 대한노인회 고문은 “정부가 병든 노인을 돌보는 것뿐만 아니라 노동의 기회를 주는 적극적인 고령화 정책을 펴야 한다”며 “정년 연장은 건강한 노인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는 등 노인복지를 확충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환영했다.

▽노인 노동력 활용에 적극적인 선진국=노인 고용 확대 문제에 대해서는 미국이 일찍부터 눈을 떴다. 노인들이 취업 과정에서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1966년 연령차별금지법을 제정한 데 이어 1986년부터는 정년 제도를 아예 없앴다.

일본도 1991년 고령자고용촉진법 제정으로 60세 정년제를 확보했다. 또 98년에는 고령자고용안정법을 개정해 60세 정년을 의무화했다. 요즘에는 65세 정년제를 목표로 법 개정을 추진 중이다.

호주는 기업이 노인을 채용할 때 보조금 지급 등 인센티브를 주고, 연령을 이유로 해고할 때는 불이익을 주는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전광석화(電光石火) 같은 한국의 고령화 속도=한국은 전체 인구 중 만 65세 이상 고령인구 비율이 7% 이상인 고령화사회에 2000년에 진입했다. 또 고령인구 비율이 14% 이상인 고령사회는 2019년, 20% 이상인 초고령사회는 2026년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고령화사회에서 고령사회까지 걸리는 기간이 19년, 고령사회에서 초고령사회까지 가는 시간이 7년이다.

일본 프랑스 미국이 고령화사회에서 고령사회까지 가는 기간이 24∼115년, 고령사회에서 초고령사회가 될 때까지 걸리는 기간이 12∼41년으로 예측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굉장히 빠른 속도로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는 셈.

이에 따라 일할 사람은 격감하는 데 반해 사회가 부양해야 할 노인인구 비중은 늘어 경제 활력이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송진흡기자 jinhup@donga.com

차지완기자 ch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