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연패 뒤 시즌 첫 승. 그래서 승리의 기쁨도 두 배였다.
4일 부산 금정체육관에서 열린 2003∼2004 애니콜 프로농구 정규리그. 연장전 종료 20초 전까지 코리아텐더는 LG 페리맨에게 자유투 2개를 내주며 88-89로 뒤졌다. 홈 팬들 앞에서 다시 지고 마는 것인가.
기적 같은 순간은 경기종료 10초 전 찾아왔다. LG 코트 한가운데서 볼을 잡은 현주엽이 골밑의 진경석에게 벼락같은 패스를 이어줬다. 볼을 받은 진경석은 그대로 골밑슛. 천금같은 역전 결승골이 터지는 순간이었다.
LG는 경기종료 직전 김영만(13점)이 골밑슛을 던졌지만 불발됐고 배길태가 볼을 다시 잡아 슛을 성공시켰지만 이미 종료 버저가 울린 뒤.
시즌 개막 이후 5연패에 빠져 있던 코리아텐더는 연장전까지 가는 기나긴 승부 끝에 LG를 90-89로 물리치며 첫 승리를 신고했다. LG는 3연승 뒤 3연패.
코리아텐더 승리의 주역은 현주엽. 상무에서 제대하고 올 시즌 가세한 현주엽은 이날 골밑과 외곽을 넘나들며 23득점에 어시스트 6개를 기록했다. 그는 경기 후 “홈 팬들 앞에서 꼭 이기고 싶었다. 다른 동료들도 같은 마음인 듯 마지막까지 집중력을 잃지 않았다”며 기쁨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
코리아텐더의 승리는 주 득점원인 아비 스토리가 급성장염에 걸려 빠진 가운데 거둔 것이어서 더욱 빛났다. 황진원은 3점슛 5개 등 25점, 변청운은 3점슛 3개 등 19점을 터뜨리며 현주엽의 힘을 덜어 줬다.
첫 승으로 가는 길은 쉽지 않았다. 3쿼터 62-50으로 앞설 때까지만 해도 코리아텐더는 승리를 낙관했다. 코리아텐더가 위기를 맞은 것은 4쿼터 중반 정락영 옥범준과 용병 스필러스가 연달아 5반칙으로 퇴장당하면서부터. LG는 이 틈을 타 김재훈의 3점슛과 조우현(14점)의 야투로 68-67로 경기를 뒤집었다.
그러나 코리아텐더는 시소전이 계속되던 4쿼터 종료 19초 전 황진원이 자유투 2개 가운데 한 개를 넣어 77-77 동점을 만들면서 승부를 연장전으로 몰고 갔다.
이원홍기자 bluesk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