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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한나라당 ‘代案’되기 멀었다

입력 | 2003-10-21 18:17:00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이 낮으면서도 국민투표를 할 경우 재신임하겠다는 국민이 많은 주된 이유는 불신임 이후 현 정권을 대신할 ‘대안(代案) 세력’에 대한 불안감일 것이다. 이는 결국 거대 야당인 한나라당이 국민에게 아직 수권정당으로서의 신뢰를 심어주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다.

재신임 문제만 해도 ‘선(先) 측근비리의혹 규명, 후(後) 국민투표’를 주장하면서도 ‘대통령이 철회하면 된다’는 등 분명한 입장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중요한 국정 현안에 이렇듯 중심을 잡지 못한다면 국민은 한나라당을 ‘대안 세력’으로 기대할 수 없다.

이라크 파병에 대처하는 모습도 어정쩡하다. 전체적으로 파병에 찬성하고 있는데도 아직 당론을 정하지 않고 있으니 여론의 눈치를 살피는 것으로 비칠 수 있다. 보수를 지향하는 정당이라면 당당하게 파병에 찬성하는 목소리를 내야 옳다. 이는 거대 야당이 국익 차원에서 국정을 주도하는 길이기도 하다.

최돈웅 의원(SK비자금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검찰을 압박하고, 김덕룡 의원(‘안풍’ 사건)이 소환에 불응하기로 한 것도 떳떳하지 못하다. 국민은 당당하게 검찰 수사에 응하는 야당의 자세를 원한다. 권력측의 부정비리를 성토하려면 무엇보다 자신의 비리에 엄격해야 한다. 집권세력의 비리의혹이 불거지면 철저 수사를 강조하면서도 자신의 비리의혹에는 ‘야당탄압’을 외친다면 국민의 신뢰를 떨어뜨릴 뿐이다. 일부 의원이 국회 상임위나 본회의에서 ‘아니면 말고’식의 무책임한 폭로를 하는 것도 당의 이미지를 흐리게 하는 일이다.

한나라당은 대통령과 국정을 공유하는 원내 제1당이다. 하지만 국정책임 분담자로서의 역할보다는 여전히 대통령과 정부의 실정에서 반사이익을 얻는 데 급급하다는 지적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 당파보다 나라를 먼저 생각하는 정당으로서 국정 현안에 대한 해법을 주도적으로 내놓아야 한다. 그래야 ‘대안’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