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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경북]“21세기 공무원 캠퍼스서 길러요”

입력 | 2003-10-13 17:15:00


“실력과 품성을 갖춘 공무원의 길을 걷고 싶다.”

“서울의 대학 4학년인데 다시 입학할 수 없느냐.”

경북 영주 동양대(총장 최성해·崔成海)가 최근 ‘공무원 양성 사관학교’를 표방하고 이를 전국에 알리자 고교생과 대학 재학생, 학부모들의 문의 전화가 빗발치고 있다. 대학 측은 ‘반응이 이 정도로 많을 줄은 몰랐다’며 귀를 의심하고 있다.

이 대학은 일반 학원이나 개인적인 준비에 맡겨지다시피 한 공무원 진출을 대학 교육에 정식으로 반영한다는 전략을 세웠다. 공무원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져 우수 학생을 유치할 수 있는데다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인재 양성에도 기여할 수 있다는 것이다.

고교 졸업성적 상위 5% 이내 학생을 대상으로 선발해 등록금 면제와 기숙사 입사, 월 장학금(30만∼40만원) 해외어학연수 등 파격적인 조건을 내걸었다.

지난달 26일 마감한 수시모집에서 인문사회계열 몇몇 학과는 상위권 학생들의 경쟁률이 예년과 달리 7대 1까지 치솟아 학교 측이 놀랐을 정도였다.

서울의 대학에서 고등고시 등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고 있는 학생들도 다시 입학하고 싶다는 문의전화가 이어졌다. 서울의 한 대학 4학년 학생은 “공무원으로 진출하려면 대학 입학할 때부터 준비를 하는 게 낭비를 줄이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동양대 측은 현재 대학에 재학 중인 학생들은 입학 당시 성적이 우수하더라도 신입생 입학은 허용하지 않기로 내부 방침을 정했다. 대학이 고시촌이나 공무원 수험 학원으로 전락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대구의 김모 변호사는 학교로 편지를 보내 “사법시험 공부를 오랫동안 한 선배로서 후배들이 훌륭한 공무원의 길을 가는 데 보탬이 되고 싶다”는 뜻을 전하기도 했다.

공무원 시험 학원 강사들도 관심을 보였다. 이들은 “시험과목을 집중적으로 암기하는 공무원 시험은 공무원의 중요성에 비춰 볼 때 문제가 있다”며 “인재양성 차원에서 공무원 준비를 할 수 있도록 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뜻을 학교에 전했다.

대학 측은 공무원으로 진로를 정한 학생을 대상으로 시험 준비와 함께 인성교육을 대폭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선비정신을 갖춘 목민관(牧民官)을 양성하겠다는 것. 최성해 총장은 “우리나라 공무원들이 앞으로 더욱 전문화되고 인성이 풍부한 인재로 양성됐으면 하는 바람에서 이같은 제도를 도입했다”고 말했다.

영주=이권효기자 bori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