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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퇴직연금은 믿을 수 있나

입력 | 2003-09-29 18:25:00


정부가 내년 7월 도입 계획을 밝힌 퇴직연금제도의 청사진은 장밋빛이다. 노후보장 기능이 거의 상실된 현행 퇴직금제도 대신 안정적 노후 소득보장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노동부는 발표했다. 제대로만 운영된다면 우리나라 사회복지의 제도적 발전을 이룰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이 같은 화려한 수사는 1995년 국민연금 도입 발표 때도 마찬가지였다. 당시 김영삼 정부는 국민연금 등 4대 사회보험 혜택이 전 국민에게 돌아가는 2000년에는 우리 삶의 질이 세계 15위권으로 도약할 것이라고 선전했다. 현실은 어떤가. 붓는 돈에 비해 갈수록 수령액이 줄어드는 국민연금처럼 퇴직연금 역시 부실해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더구나 지금은 침체에 빠진 주식시장 활성화를 위해 새로 조성되는 퇴직연금이 활용될 가능성이 크다. 퇴직연금제 도입으로 16조원이 금융시장에 쏟아져 증시 호재로 작용하리라는 정부측 계산도 이 같은 현실을 뒷받침한다. 그러나 미국에서도 증시 약세로 인해 확정기여형 기업연금인 401k 가입자들이 큰 손실을 입고 있는 형편이다. 가뜩이나 금융시장이 불안정하고 경제정책이 우왕좌왕하는 우리나라에서 과연 근로자의 귀중한 자산이 온전히 운용될 수 있을지 걱정스럽다.

정부는 퇴직연금을 둘러싼 국민의 불안을 씻어줄 확실한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무리한 세제지원을 통해 퇴직연금제 도입을 ‘유도’할 일이 아니다. 정확한 정보를 바탕으로 노사가 충분한 합의를 통해 적절한 제도를 선택할 수 있도록 법적 제도적 보장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건실한 금융기관이 적립 기금을 투명하고 안전하게 운영하도록 만반의 시스템을 갖추는 일이다. 정부는 ‘퇴직금을 떼이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하지만 말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근로자는 물론 경영자측도 큰 부담 없이 새 제도를 받아들일 수 있도록 입법과정에서의 철저한 보완이 뒷받침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