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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연휴 즐겁게]'다모' 열풍 주역 이서진-하지원 추석맞이

입력 | 2003-09-08 16:21:00

박주일기자 fuzine@donga.com



“이리 둘이 마주보고 있으니 얼마나 좋으냐.”

휘영청 밝은 달빛. 한성 좌포청 종사관 황보윤(이서진)과 조선 여형사 다모(茶母)인 장채옥(하지원)은 오누이처럼, 연인처럼 다정하게 달을 쳐다보고 있었다. 드라마 속에서는 비극적 결말을 맞는 두 사람이지만 이 순간만큼은 변치 않는 사랑을 완성해낸 커플처럼 보였다.

추석을 앞두고 MBC 드라마 ‘다모’의 막바지 촬영이 한창 진행되고 있는 경기 양주 MBC세트장을 찾았다. 세 주인공의 비극적 최후를 담은 장면을 찍느라 이서진과 하지원은 사뭇 상기된 표정이었다. 그러나 사진 촬영을 위해 세트장 내 궁궐 건물 난간에 앉은 두 사람은 활짝 웃으며 드라마 속에서 보여주지 못했던 다정한 연인의 포즈를 맘껏 취해주었다.

“이제는 채옥(하지원)의 눈빛만 봐도 눈물이 흐릅니다. 예전엔 대사를 몇 마디 한 뒤 중반 넘어서야 이런 감정이 들었는데, 요즘은 큐 사인만 나면 처음부터 눈물이 흘러요. 연기를 해야 하는데, 자꾸만 감정이 밀려오는 내가 두려워질 정도지요.”

이서진은 1회에 방영된 ‘매화밭’ 장면에서 처음 하지원과 멜로연기를 펼친 후 느낌이 좋았다고 했다. 처음엔 서로 모르는 사이라 멜로연기가 어색했지만 이제는 ‘서로 눈빛만 봐도 눈물이 흐를 정도’라고 했다. ‘사랑한다’는 말 한 마디, 키스 신 한 번 없었지만 두 사람은 눈빛만으로도, 손끝을 얼굴에 대는 것만으로도, 애틋한 사랑의 감정을 표현해냈다.

하지원은 ‘다모’ 촬영을 통해 가족에 대한 정과 순수한 사랑에 대해 새롭게 눈 떴다고 말했다. ‘다모’ 속 세 주인공은 모두 어릴 적 가족과 헤어지거나 서자의 신분으로 냉대를 받아 ‘혈육에 대한 그리움’이 뼈 속까지 사무친 사람들. 채옥은 일곱 살 때 헤어진 오라버니를 찾아 평생을 헤매고, 황보윤은 “너는 내 수하이기 이전에 누이나 다름없는 존재”라고 말한다. 또한 장성백이 채옥에게 “산채에서 오랫동안 정을 나누며 함께 살았으면 좋겠구나”라고 하는 말에서도 연인이라기보다 혈육의 정이 물씬 배어난다.

이서진도 ‘다모’가 끝난 뒤 추석연휴 기간에는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 오랫동안 찾지 못했던 할아버지 산소에 성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영화나 드라마 등 다른 작품의 출연 제의가 잇따르고 있지만 당분간은 모두 고사하고 쉬고 여행하면서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갖겠다는 것.

하지원은 아버지의 고향이 충남 대천이라 어릴 적에는 추석 때 보름달을 봤다고 했다. 그러나 올해 추석 연휴기간에는 쉴 수 없다. 영화 ‘내사랑 싸가지’ 촬영도 시작했고, 추석연휴 중 방송되는 SBS ‘생방송 한밤의 TV연예’ 진행도 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고도 혹 시간이 남으면 머리카락 코팅도 하고 마사지도 받아야 하기 때문에 더 바쁘다고 했다.

두 사람에게 “추석 보름달을 보면서 무슨 소원을 빌고 싶은가” 하고 물었다.

“언젠가부터 어머니 아버지께서 내게 고민을 털어놓는 것을 느끼게 됐어요. 그것을 느끼는 순간 가슴 한 구석이 찡해졌어요. 주변에 부모님이 돌아가시거나 아프신 친구들이 많은데, 부모님께서 부디 건강하게 오래 사셨으면 해요. 아프면 하고 싶은 것도 하지 못하고, 놀 수도 없잖아요. 주변의 모든 사람들이 아프지 않았으면 해요.”(하지원)

이서진의 추석 달맞이 소원은 간단했다. “남북이 통일되고, 경제가 회복되기 빌어야죠. 그리고 LA에 살고 있는 누나가 곧 출산하는데 건강하게 잘 낳았으면 합니다.”

전승훈기자 rap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