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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정성진/정권과 검찰

입력 | 2003-08-17 18:31:00


검사의 권한은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등 대륙법계의 국가에서 비교적 강하다고 알려져 있다. 단순한 기소권 이외에 독립적인 수사권한과 사법경찰에 대한 수사지휘권까지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반해 영미법계 국가에서는 검사가 주로 공소의 제기와 유지만을 담당하므로 검찰을 특별히 힘이 센 기관이라고 하기는 어렵다. 일본을 포함해 검찰권이 강하다고 알려진 나라는 대개 의원내각제를 채택하고 있으면서 직업공무원제가 확립된 국가라는 점도 유의해 볼 대목이다.

▷우리나라는 대통령중심제 권력구조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검찰의 권능에 대해선 대륙법계의 전통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따라서 검찰 고유의 수사권이나 공소제기 권한도 인사를 포함해 국정 전반을 총괄하는 대통령의 의지에 직간접으로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는 구조다. 5·16군사정변 이후 박정희 전 대통령이 중앙정보부라는 무소불위의 권력기관을 이용해 검찰뿐 아니라 사법부에까지 영향력을 행사한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보안사령관 출신의 전두환 전 대통령은 일선 치안을 맡고 있는 경찰의 사기를 중요시했던 반면 검찰에 대해서는 ‘권위에 민감한 법률기술자 집단’이라는 정도의 인식을 가졌던 것으로 보인다. 노태우 정부에 이르기까지 검찰은 오히려 권력자의 눈에서 벗어나지 않으려고 애썼던 측면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야당 시절 공안검찰 때문에 많은 피해를 보았다고 주장해 온 김영삼, 김대중 두 전 대통령은 집권 이후 검찰을 개혁한 것도, 장악한 것도 아닌 어정쩡한 모습을 보여 주었다고 할 수 있다. 검찰과 법조의 생리를 잘 알지 못했던 점도 있겠지만 주된 이유는 역시 믿을 만한 장관, 총장에만 집착하는 식의 실패한 인사정책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결국은 자식을 모두 교도소에 보내면서도 검찰은 검찰대로 과거 어느 때보다 대(對)국민 신뢰도가 떨어지는 결과를 초래하고 말았다.

▷광복 이후 최초의 변호사 출신 대통령을 맞은 참여정부에서 검찰은 청와대를 포함한 정치권력과의 관계를 일단 긴장관계로 출발했다고 볼 수 있다. 한 차례 인사파동을 겪은 검찰은 더 이상 잃을 것이 없다는 듯 옛날 같으면 생각할 수 없는 기세로 검은돈의 뒷거래를 캐고 있다. 일부에서는 ‘검찰 파쇼’ 따위의 말을 하는 모양이지만 구조적 사회악을 척결하는 것은 검찰의 기본임무다. 다른 점은 몰라도 노무현 대통령이 검찰수사에 용훼(容喙)하지 않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국민과 나라의 장래를 위해 다행한 일로 보아야 할 것이다.

홍찬식논설위원 chansik@donga.com 정 성 진 객원논설위원·국민대 총장

sjchung@kookmin.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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