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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몽헌회장 자살 충격]“나의 유분 금강산에 뿌려달라”

입력 | 2003-08-04 18:47:00


정몽헌(鄭夢憲) 현대아산 이사회 회장의 자필 유서는 4일 오전 현대 계동 사옥 12층 정 회장의 집무실 책상 위에서 발견됐다. 유서는 모두 3통으로 A4용지 4장에 굵은 사인펜으로 급하게 쓴 듯한 필체였다.

흰색 편지봉투에 각각 들어 있는 3통의 유서 중 한 통(1장)은 김윤규(金潤圭) 현대아산 사장에게, 한 통(2장)은 부인과 가족에게 보내는 유서였다. 다른 한 통(1장)은 겉봉에 ‘죄송합니다’라고 써있을 뿐 정확한 수신인이 적혀 있지 않았다.

경찰은 4일 오후 이 유서의 사본을 언론에 공개했다. 유서에는 대북 송금 관련 내용 등 민감한 내용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5일 유서의 필적 감정을 하겠다고 밝혔으나 유족들은 “글씨가 정 회장의 것과 같다”고 밝히고 있다.

큰 글씨로 흘려 쓴 유서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김 사장에게 보낸 유서=명예회장님께서는 당신이 누구보다 진실한 자식이었습니다.

당신이 회장 모실 때 보면 저희 자식의 한사람으로서 부끄러웠을 뿐입니다.

명예회장님께서 원했던 대로 모든 대북 사업을 강력히 추진하기를 바랍니다. 당신, 너무 자주하는 윙크 버릇을 고치십시오.

▽‘죄송합니다’ 유서=어리석은 사람이 어리석은 행동을 했습니다. 또 다른 어리석은 행동을 하는군요. 여러분의 용서를 바랍니다.

▽가족들에게 보낸 유서=○○엄마, 모든 것이 나의 잘못입니다. 당신에게 모든 것만 남기는군요. ○○ △△ ◇◇이 아빠를 용서하기를 바랍니다. 어리석은 아빠를 용서하기를 바랍니다. 나의 유분을 금강산에 뿌려주기 바랍니다.

○○야 오늘 보니 더 이뻐졌더군. 나 때문에 너의 생활이… 사랑해.

△△, 너를 볼 때마다 어른이 돼 가는 것을 느끼는데 너는 굳건히 잘 살 것이야.

◇◇아 너하고의 사랑을 많이 보내지 못한 것이 후회스럽구나.

○○ △△ ◇◇ 엄마 잘 모시고 살아라.

김선우기자 sublim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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