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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마당]이승완/건강기능식품법 '역기능' 우려된다

입력 | 2003-07-24 18:26:00


8월 ‘건강기능식품법’ 발효를 앞두고 최근 그 시행령과 시행규칙이 입법 예고됐다. 이 법은 2002년 국민건강 보호와 관련업체 육성 차원에서 의원 입법으로 발의됐다. 그러나 막상 이번에 입법 예고된 내용을 보면 건강식품산업의 발전을 저해하는 독소조항들이 대거 포함돼 있어 우려스럽다. 특히 이 분야의 95%를 차지하는 중소기업들의 입장이 철저히 배제돼 있다.

현재의 건강보조식품을 모두 건강기능식품(32개 품목군)으로 흡수해 의약품 제조시설 수준으로 관리 감독하겠다는 입법 취지는 자칫 영세 중소업체, 바이오 벤처업체들의 줄 도산을 초래할 염려가 있다. 일본의 경우 건강식품은 업계가 자율 규제하고, 과학적으로 기능성이 인정되는 품목만 특정보건용식품(기능성식품)으로 분류해 후생성에서 허가하는 등 이원적 관리를 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기능성이 인정되지 않는 건강보조식품까지 건강기능식품으로 흡수해 관리 감독하겠다고 한다. ‘건강기능식품법’ 시행령 및 시행규칙 중 문제가 되는 규정은 구체적으로 다음과 같다.

첫째, 건강기능식품의 소재가 되는 신물질로 인정받기 위해 동물실험과 임상시험을 규정하고 있는데 이는 너무 과중한 것이다. 우리 바이오 벤처기업들이 경쟁력을 갖고 있는 부분은 국내에서 자생하는 식물자원을 소재로 한 원료개발 분야일 것이다. 이들 대부분은 자금력과 영업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고비용의 신물질 개발은 엄두도 낼 수 없다. 국내 농산물의 고부가가치 소재 개발이 원천적으로 막히게 되면 결국 외국에서 개발된 원료에만 의존하게 될 수밖에 없다.

둘째, 현재 건강기능식품으로 규정된 32개 품목군의 유용성 표기에 대해 2년간 유예기간을 두고 있지만 여기에는 과학성이 인정되지 않는 품목까지 포함돼 있다. 이에 대한 책임은 누가 질 것인가.

셋째, 불량제조업자들을 규제하기 위해 우수 의약품 제조 및 품질관리 기준인증(KGMP) 시설을 갖춘 업체만 주문자상표부착생산(COEM)을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이렇게 되면 대부분의 수탁제조 중소기업들은 도산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넷째, 제품과 시설의 위생적 관리를 위해 품질관리인 제도를 도입했다. 그러나 그 자격을 ‘식품기술사나 식품관련학과 4년제 대학 출신으로 5년 이상 제조업에 종사한 자’로 까다롭게 규정함으로써 중소업체의 인력난을 가중시킬 것으로 보인다. 이 규정을 대폭 완화해 취업난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생물 화학 농학 전공 학생들에게도 취업 기회를 열어줘야 할 것이다.

이 밖에도 지적할 것은 이루 다 말할 수 없을 정도다. 예방의학적인 측면에서 건강기능식품 품목에 대한 엄격한 관리감독의 필요성은 공감한다. 그러나 우리 현실에서 이 제도를 받아들일 수 있는 곳은 전체의 5%에 해당하는 대기업과 중견업체뿐이다. 건강식품산업의 육성 차원에서 질(質)을 위해 양(量)을 희생시킬 것인지, 아니면 양이 질을 변화시켜 가는 상생(相生)의 지혜가 더 필요한지 따져봐야 한다.

결론적으로, 한국도 일본과 같이 건강보조식품에 대한 식품위생법 규정을 현행대로 둔 채 건강기능식품으로 인정받고자 하는 품목에 한해 새 법률을 적용하도록 그 운용을 이원화하면 여러 문제들이 일시에 해결될 수 있지 않을까.

이승완 서울기능식품㈜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