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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칼럼]정성진/관료개혁 '주체와 객체'

입력 | 2003-07-10 18:35:00


선거에 의해서건 쿠데타에 의해서건 정부가 바뀔 때마다 개혁은 어김없이 시도되어 왔다. 그때마다 관료의 의식과 행태도 개혁의 대상으로 생각된 것은 물론이다.

그러나 범정부적 국민운동이나 각종 제도의 개혁을 하자면 결국은 관료의 참여 하에, 그들을 매개로 추진할 수밖에 없게 된다. 따라서 처음에는 개혁의 적 내지는 객체로 생각되었던 관료집단도 결국 개혁의 주체로 편입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지난 40여년간의 경험이다.

▼공무원집단, 객체인 동시에 주체 ▼

역설적이지만 역대 정권 중 관료집단을 국정운영에 가장 잘 활용한 것은 국가재건이나 민족중흥 또는 정의사회 구현 등을 내세우며 끊임없이 국민을 긴장시켰던, 정통성을 결여한 권위주의적 군사정부였다.

물론 많은 우수 관료들이 조국 근대화나 경제성장, 안정을 위해 헌신한 것이 특정 정부나 지도자를 위해서였다고만 볼 수는 없을 것이다.

반면 행정 경험이 없는 문민정부나 국민의 정부에 들어서는 오히려 관료의 헌신성과 행정의 정치(精緻)함이 현저히 떨어지는 모습이 드러났다. 사회 전반의 민주화 진전 탓도 있겠지만 김영삼 정부의 인치(人治) 의존, 김대중 정부의 편중 인사도 그 요인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면 노무현 대통령이 이끄는 참여정부 하의 관료는 어떠한가. 파격적으로 장관을 임명하고 청와대 기구를 개편하며 각 부처에 정책보좌관을 신설할 때만 해도 노 대통령은 관료집단을 개혁의 객체로만 인식하고 있는 듯이 보였다.

그러나 이 때문인지는 몰라도 노 대통령은 6월 중순 이후 고위 공무원과 각급 행정관서장을 대상으로 한 대화와 특강에서 결국은 공무원사회가 개혁의 주체가 되어야 함을 역설한 바 있다.

노 대통령은 또 개혁 추진조직으로 각 부처의 공식적인 업무혁신팀 외에 주니어보드나 연구모임 등 비공식적 혁신주체의 활용을 강조하면서 부처 내 개혁주체 조직간의 네트워크화를 통한 정부 혁신을 추진할 계획임을 밝혔다.

그렇다면 이 정부의 개혁은 결국 공무원이 주체가 되어 수행하되 기존 관료제를 전제로 한 공식조직과 대부분 행정경험이 없이 정부에 진출해 있는 정책보좌관을 포함한 중간급의 비공식적 코드그룹에 의해 이원적 또는 병행적으로 추진된다는 의미가 될 것이며, 이 점이 바로 과거에 추구했던 개혁 작업과 다른 점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구상은 일견 참여정부의 이념에 맞는 민주적 발상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그러한 발상이 지니는 위험성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첫째, 그러한 정부 개혁 작업은 자칫 관료들 사이에 분열과 갈등을 초래해 관료제의 근간을 흔들 염려가 있다. 관료제에 동조과잉(overconformity)이나 형식성과 같은 역기능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업무 효율성이나 객관성을 담보하는 순기능적 측면이 훨씬 많은데 그 근간이 흔들린다는 것은 여간 큰 문제가 아닐 것이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공직사회 내부의 편 가르기와 줄서기를 우려하고 있다.

둘째, 조직 운영의 비효율성과 비대화를 초래해 정부와 공무원의 생산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점이다. 민주적 의견수렴이라고 해서 기존 관료조직을 통해 하지 못할 이유는 없을 것이다. 관료는 관료 나름의 사명감과 성취 의욕, 전문성을 갖추고 있다. 만약에 기존 관료들이 그러한 준비자세를 갖추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되면 인사나 교육 등을 통해 이를 시대 변화에 맞게 변모시키는 것 또한 국정책임자의 의무일 것이다. 과거의 작은 정부가 어느새 큰 정부로 바뀌면서 2월 이후 이미 500명 가까운 공무원이 증원되었다고 하는데, 과연 그 생산성을 얼마나 깊이 따져 보았는지 궁금하다.

▼편가르기 대신 인사-교육을 ▼

지금은 정부의 민주화보다 국가경쟁력 강화가 더 시급한 시점이라고 많은 국민은 믿고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이제 말 그대로 개혁의 주체와 객체를 구분하기보다 수범과 감동으로 모든 관료조직을 개혁 주체로 끌어들여 그들의 생산성을 최대한 높이는 방향으로 국정운영을 해가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정성진 객원논설위원·국민대 총장·법학 sjchung@kookmin.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