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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포츠]백두대간서 뻗은 산줄기… 그 山에 가고싶다

입력 | 2003-06-24 17:55:00

백두대간의 한 자락인 지리산에서 호남정맥의 주요 산인 무등산쪽을 바라본 모습. 끝없이 이어지는 산봉우리가 파도치는 바다처럼 웅대하게 펼쳐져있다. 최근 백두대간 종주를 마친 산꾼들의 발길이 정맥종주로 이어지고 있다. 사진제공 한국등산중앙연합회



이제는 ‘정맥 종주’다.

90년대 초반부터 붐이 인 백두대간 종주. 지금까지 종주를 마치거나 하고 있는 사람은 어림잡아 2만명을 넘었으리라는 추산이다. 그런데도 아직 백두대간 종주는 산을 찾는 사람들에게 가장 매력적이다.

그러나 조금만 눈을 돌리면 새로운 세계가 보인다. 바로 백두대간의 가지에 해당하는 정맥 종주다. 특히 백두대간을 완등한 산악마니아들은 대부분 정맥 종주에 도전하는 게 요즘의 추세.

이에 따라 최근 월간 ‘사람과 산(www.mountain21.co.kr)’이 낙동정맥 호남정맥 등의 종주기를 연재하고 있는 것을 비롯해 각종 산악 전문지가 정맥종주기를 싣고 있다. 또 각 산악회에서도 앞다퉈 정맥 종주 상품을 내놓고 있다.

백두대간과 남한 내 9정맥을 모두 종주한 거인산악회 이구 등반대장(49)은 “그동안 약 2000명을 이끌고 백두대간을 종주해 이 중 200명이 완주했다. 또 완주자 중 절반가량이 정맥종주를 신청했고 그중 12명이 완주했다”고 말했다. 대간∼정맥 종주에 걸린 기간은 8년.

그는 “예전에는 대간 종주보다 훨씬 힘든 정맥 종주 신청자가 적었으나 요즘은 다르다”며 “대간 종주를 마친 사람들은 거의 모두 정맥 종주에 관심을 보이고 실제 참가율도 높다”고 말했다.

거인산악회는 최근 백두대간 종주 외에 호남정맥 종주를 별도로 실시하고 있는데 현재 40명이 참가중이다. 이 밖에도 낙동정맥 낙남정맥 등 정맥종주만 실시하는 산악회도 늘고 있다. 정맥 등반이 알려진 데다 종주산악인들이 많아져 길도 좋아졌기 때문이다.

백두대간의 13정맥은 저마다 특성을 갖고 있다. 낙동정맥은 ‘한국의 마지막 오지’로 불릴 만큼 깊은 산골이 많다. 최근 13개월간 낙동정맥 종주를 마친 ‘사람과 산’ 강윤성 차장은 “산에서 사람을 거의 만나지 못했다”고 말했다. 반면 호남정맥은 300∼400m 높이의 야산들로 이루어져 있고 산 옆에 인가가 많아 오지가 적은 편이다.

남한내 9정맥과 주요 봉우리정맥주요 봉우리한북정맥포천 백운산(904m)∼북한산(837m)∼고봉산(208m)낙남정맥대곡산(543m)∼여항산(744m)∼대암산(655m)한남금북정맥속리산 천황봉(1508m)∼좌구산(657m)∼칠현산(516m)한남정맥칠장산(492m)∼수원 광교산(582m)∼안양 수리산(395m)∼강화도 금북정맥칠현산(516m)∼청양 일월산(560m)∼ 예산 수덕산(495m)금남호남정맥입봉(637m)∼운장산(1126m)금남정맥왕사봉(718m)∼천호산(500m)∼미륵산(430m)호남정맥내장산(763m)∼무등산(1187m)∼화악산(614m)∼조계산(884m)낙동정맥통고산(1067m)∼백암산(1004m)∼주왕산(721m)∼금정산(802m)

●정맥종주 주의사항

○1방수 방풍의, 비상식량 필수.

○2독충, 뱀을 대비한 해독제 상비.

○3탈출로를 확보한다. 사전에 충분히 지도(5만분의 1)를 보고 익혀둔다.

○4길을 잃지 않도록 1km 간격마다 위치를 점검한다.

○5갈림길에서 20∼100m 이상 표지기가 보이지 않을 때는 길을 잃었는지 의심한다.

○6하루에 12시간, 17∼18km 정도 걷는 것이 적당하다.

○7단독산행보다는 가이드산악회를 이용하거나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이 좋다.

※정맥가이드 산악회=거인(02-744-7191), 잔디밭(02-854-3333), 덕유(02-2635-3399), 가고파(02-876-1620)

이원홍기자 bluesky@donga.com

●대간과 정맥

‘대간’과 ‘정맥’은 우리민족 전통의 산줄기 개념.

대간은 백두산에서 지리산까지 이어지는 척추 격이며 정맥은 대간에서 서쪽 혹은 남쪽으로 갈려나온 산줄기. 조선말기 여암 신경준에 의해 편찬된 것으로 추정되는 ‘산경표’는 국내 주요 산줄기를 1대간 1정간 13정맥으로 나누었다. 정간은 대간에서 두만강쪽으로 뻗은 장백정간.▶지도 참조

산맥이 지하의 지질구조를 기준으로 삼은데 비해 대간과 정맥은 지상의 산줄기를 기준으로 삼았다.

이에 따라 산맥이 때로 강을 가로지르는 연속선상에 있는 반면 대간과 정맥은 강을 가로지르는 법이 없다는 게 산악인들의 말.

이원홍기자 bluesky@donga.com

▼대간-정맥 완주한 박성태씨…“10년간 산줄기 3800㎞ 걸었지요”

지난 10년간 우리 산줄기 3800km 이상을 누빈 박성태씨(60·사진). 전직 세무사인 그는 50세의 나이에 산행을 시작해 안 가본 곳이 없다.

1992년부터 95년 6월까지 백두대간(진부령∼지리산·약 670km) 종주를 마친 것을 시작으로 낙동정맥(378km), 낙남정맥(218km), 금북정맥(130km) 등 남한 내 9개 정맥을 모두 종주했다. 여기에 바람재에서 땅끝에 이르는 산줄기(땅끝기맥·120km), 오대산에서 양수리에 이르는 산줄기(한강기맥·163km) 등을 더해 종주 거리가 3815km에 이른다.

박씨가 산을 처음 찾은 것은 교통사고를 당한 부인 김종임씨(58) 때문. 88년 몰고 가던 승용차가 뒤집히는 바람에 부인이 목을 다쳐 6개월간 병원에 누워 있어야 했다. 퇴원한 부인의 건강회복을 위해 함께 산을 다니던 중 92년 한 산악회의 백두대간 종주 회원모집 광고를 보고 참가했다. 당초 설악산 황철봉(1391m)만 함께 오를 계획이었으나 산악회를 따라 몇 번 본격 산행을 하자 생각이 바뀌었다.

“세법과 씨름하다 보면 오후 3시부터 뒷골이 아프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산에 갔다 온 뒤로는 1주일간 몸이 개운하고 상쾌하더라고요. 이거구나 싶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마니아가 됐다. 부인과 함께 백두대간 종주를 마쳤고 그 뒤 정맥종주에 눈을 돌렸다. “백두대간을 알고 나니 그 가지격인 정맥도 알고 싶더라구요. 둘은 분리할 수 없으니까요.”

그는 대부분의 정맥을 혼자 종주했다. “지금은 길이 잘 나 있는 편이지만 당시에는 너무 험한 산길이어서 같이 가자고 하면 오히려 원망을 들었을 것”이라는 게 그의 말.

98년 세무사를 그만둔 뒤부터는 평일에도 산을 찾았다. 길도 보이지 않는 산 속에서 가시덩굴을 헤치며 다녀야 하는 고생길. 산에서 내려와도 교통편이 없어 지나가는 트럭을 얻어 탔고 그도 여의치 않을 때는 인가가 나올 때까지 정처 없이 걸은 적도 많았다는 것.

그러나 잊지못할 추억도 많다. 비경을 앞에 두고 혼자 보는 것이 안타까워 가슴을 친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부상을 입고 찾아든 산골마을에서 사람들이 보여준 순박한 인심에 가슴 뭉클한 적도 있었다. 그는 이 경험을 모아 산행기를 펴낼 생각이다.

이원홍기자 bluesk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