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금융시장이 북한 핵 보유 발언과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의 영향으로 크게 흔들리고 있다.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가 북한의 핵 보유 사실 때문에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을 낮출 수 있다고 밝혀 주가와 원화가치가 급락했다. 외국인이 한국 주식과 원화를 내다팔고 달러를 사들이고 있는 탓이다.
전문가들은 주가 하락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이라크전쟁이 끝나고 북한 핵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북 미 중 3자회담 덕분에 낮아졌던 한국의 국가 위험도가 다시 높아질 것이기 때문이다. 외국인은 25일 거래소에서 1164억원어치, 코스피 200선물을 9189계약(3315억원)을 순매도해 이 같은 전망을 뒷받침했다. 외국인은 최근 5일 동안 거래소에서 3844억원어치를 내다 팔았다.
게다가 사스로 중국 홍콩 싱가포르 등 아시아 경제성장률이 낮아질 것이라는 분석이 잇따르면서 일본 대만 등 아시아 증시가 큰 폭으로 하락하고 있는 것도 부담이다. 일본 닛케이평균주가가 20년 만에 7,600엔 선으로 떨어졌다. 북한 핵문제와 사스 등으로 아시아의 리스크 프리미엄(위험대가)이 높아지고 있어 투자심리가 급격히 식고 있기 때문이다.
또 현물과 선물의 가격 차이를 겨냥한 매수차익 거래잔고가 1조원을 넘어 매물로 나올 것이라는 점도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삼성증권 오현석 연구원은 “북한 핵문제와 사스 등을 이유로 외국인이 한국과 아시아 비중을 줄이고 있다”며 “종합주가 550 선을 지키기 어려우며 5월 중순 이후에나 오름세로 돌아설 것”이라고 내다봤다. 대우증권 홍성국 투자분석부장도 “5월엔 노사문제라는 추가 악재가 있어 증시는 530 선까지 떨어진 뒤 오랫동안 기간조정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한가람투자자문 박경민 사장은 “종합주가가 550 선 아래로 떨어지면 외국인 매물이 줄어들고 기관 매수가 나올 것”이라며 “NHN 옥션 등 최근 주가 급등으로 사지 못했던 종목에 기관의 대기 매수세가 많아 주가 급락은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원-달러 환율도 오름세(원화가치 하락)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한미은행 유현정 과장은 “역외시장에서 외국인의 달러 매수가 나온 반면 달러 공급은 줄어들어 환율이 올랐다”며 “상황이 불안해 당분간 오름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홍찬선기자 hc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