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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戰後 지구촌]고민 깊어가는 아랍권

입력 | 2003-04-11 19:36:00


이라크전쟁이 미영 연합군의 신속한 승리로 마무리되어 감에 따라 아랍권은 미국 주도의 새 질서에 부응해야 할 과제를 안게 됐다. 또한 반미와 개혁을 외치는 내부의 정치적 압력에 부닥치게 됐다.

미국은 1958년 ‘바그다드 조약’을 통해 역내에 이라크를 중심으로 반(反)소련 블록을 구축하려다 실패한 경험이 있다. 분석가들은 미국이 앞으로 아랍 내 ‘불량국가’들을 봉쇄하기 위해 바그다드 조약과 유사한 새로운 아랍지역 안보질서를 구축하려 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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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악관 주변의 미국 보수파들은 아랍 내 친미·중도 국가들을 규합해 이 같은 새로운 안보 질서의 틀을 잡고 나서 나머지 국가들을 고립시키려 들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궁극적으로는 시리아 이란 리비아 등 반미 아랍 국가 등에서 민주적으로 정권이 교체되는 ‘민주 도미노’ 현상을 희망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91년 걸프전쟁 이후 골이 파여 온 아랍 국가들간의 반목과 갈등이 더 커질 것으로 보는 시각이 유력하다. 즉 반미 아랍 국가들과 쿠웨이트 카타르 바레인 등 미국에 군사기지를 내준 친미 국가들, 요르단 이집트 사우디 등 중립 국가들 사이에 심각한 알력이 빚어질 것이라는 것. 이에 따라 아랍권의 구심점 역할을 해온 ‘아랍연맹’의 성격 변화나 전면 개편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이미 2월 아랍연맹 회의에서 무하마드 카다피 리비아 최고지도자는 이라크전쟁에 대한 견해 차이로 사우디아라비아측과 격론을 벌이다 아랍연맹 탈퇴를 공언했다. 아므르 무사 아랍연맹 사무총장도 이라크전쟁이 ‘판도라의 상자’를 여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아랍권의 많은 국가들은 또한 이라크전쟁이 자국 내의 정치적 분열상을 심각하게 만들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미국과의 관계를 개선하고 개방 노선을 지향해온 이란 예멘을 비롯해 이집트 사우디 등은 앞으로 이슬람 원리주의자들과 반정부 세력의 강력한 도전에 시달릴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집트 사우디 예멘의 국민들은 이미 이라크전쟁 전에 격렬한 반전시위 등을 통해 지도자들의 무기력, 기회주의, 친미 노선에 노골적 반감을 드러내왔다. 이제 이들 국가의 반정부 세력은 시위를 통해 대중의 힘과 정치적 지지를 끌어내는 경험을 했으며 집권 세력들은 이들의 강성 지향을 무마하는 데 상당한 정치력을 소모해야 할 처지다.

사우디 요르단 바레인 등 아랍의 대표적 왕정 국가와 이집트가 최근 일제히 “이라크 국민에게 자결권이 주어져야 한다”며 이라크의 ‘국민의 정부’와 상대하고 싶다는 뜻을 밝히고 있는 것도 이 같은 국내 반정부 세력들의 목소리를 감안한 것이다.

권기태기자 kk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