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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아하!그렇군요]이라크에서 전쟁 났는데 왜 우리 경제가 어렵나요

입력 | 2003-04-01 21:36:00



《경제가 어렵다고요?

흔히 경제라고 하면 많은 사람들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듭니다. 복잡한 수식과 그래프가 등장하는 경제학을 떠올리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경제는 우리가 살아가는 일상과 밀접한 관련을 갖고 있습니다. 원리를 알면 그다지 어렵지 않습니다. 동아일보 경제부 기자들이 매주 수요일 복잡한 경제 문제를 머릿속에 ‘쏙쏙’ 들어오도록 알기 쉽게 풀어드립니다. 자녀와 부모님들이 함께 읽으면서 차근차근 경제에 눈을 떠가도록 도와드리겠습니다.》

요즘 주위에서 ‘미-이라크전쟁 때문에 살기 어렵다’는 말을 자주 듣습니다. 일자리가 줄어들고 주가는 떨어지는데 휘발유 값은 올라 생활형편이 나빠지고 있다는 것이지요. 지구 반대편에서 벌어지는 전쟁이어서 우리와 아무런 상관이 없을 듯한데 왜 우리를 살기 어렵게 만들까요?

이번 전쟁은 여러 가지 고리를 통해 우리 살림에 영향을 끼칩니다. 기름 값이 올라 어머니의 가계부를 압박하는 것처럼 눈에 보이는 것도 있고,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몰라 불안해하는 것과 같은 눈에 보이지 않는 심리적인 것도 있습니다.

여러분도 잘 알고 있듯이 한국에선 석유가 한 방울도 나지 않습니다. 하지만 석유 없이는 꼼짝도 못합니다. 자동차를 타든지, 밤에 전등을 켜기 위해선 기름이 필요합니다. 공장에서 옷이나 학용품을 만들 때도 석유가 없어서는 안 되지요.

작년에 한국이 해외에서 사 온 원유는 7억9000만배럴이나 됩니다. 미 달러로 따지면 191억6000만달러이고, 우리 돈으로는 23조9500억원입니다. 3억원짜리 아파트를 8만채나 살 수 있는 엄청난 돈입니다.

석유를 사오는 곳이 주로 이번 전쟁이 난 이라크 사우디아라비아 쿠웨이트가 있는 중동지역입니다. 전쟁으로 원유 생산 시설이 파괴돼 원유 생산이 줄어들지 모른다는 불안감으로 원유 값이 배럴당 5달러 정도 올랐습니다. 똑같은 양의 원유를 사기 위해 약 40억달러(약 5조원)를 더 내야 한다는 뜻이지요.

기름 값이 더 오르면 자동차 10부제를 시행합니다. 이 제도는 자동차 번호의 끝 번호가 그날 날짜와 같으면 운행할 수 없도록 하는 것이지요. 휘발유를 한 방울이라도 덜 쓰기 위한 것이기는 하지만 생활이 무척 불편해집니다.

게다가 기름 값 상승으로 지하철 요금이 올랐고 버스나 택시 요금도 오를 조짐을 보이고 있습니다. 3월 중 소비자물가가 작년 3월보다 4.5%나 올라 19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나타낸 것도 석유 값 상승에 영향을 많이 받은 것입니다.

부모님의 월급은 오르지 않는데 물건을 사고 내는 돈은 많아지니까 생활 형편이 점점 어려워집니다. 사람들이 허리띠를 졸라매고 물건 사는 것을 줄이면, 기업들은 생산한 상품을 모두 팔지 못해 투자를 꺼리게 되지요. 그러면 일자리가 줄어들고 일자리를 잃는 실업자가 늘어나고 경기는 더욱 나빠집니다. 앞날에 대한 불안감이 경제를 더욱 나쁘게 만드는 악순환이 일어나는 것입니다.

이런 불안 심리는 금융시장에도 나쁜 영향을 미칩니다. 주가가 전쟁 소식에 따라 ‘롤러코스트’처럼 등락이 엇갈리는 널뛰기 장세, 이른바 ‘요요 장세’가 펼쳐지고 있습니다.

증시와 경제는 앞날이 어떻게 될지 모르는 것을 가장 싫어합니다. 이를 불확실성이라고 부릅니다. 집에서 텔레비전을 보고 있는데 갑자기 전기가 나가 깜깜해져 아무것도 보이지 않으면 불안해지는 것과 비슷합니다.

전쟁이 얼마나 오래 걸릴지, 전쟁이 끝난 뒤에는 어떤 일이 벌어질지를 걱정하는 사람이 많다 보니 위험한 주식보다는 안전한 국채를 좋아하게 됩니다. 이를 ‘안전선호’라고 부릅니다. 요즘 주가는 떨어지는데 국채 값이 오르는(국채 수익률 하락) 것은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이번 전쟁으로 이미 수천명이 숨졌고 수만명이 다쳤다고 합니다. 이라크 어린이 50만명 이상이 불안에 떨고 있으며 심리치료를 받아야 할 정도로 고통이 심하답니다.

이라크와 전 세계 사람을 불안에 떨게 하고 경제를 어렵게 하는 전쟁은 하루빨리 끝나는 게 바람직합니다. 안개가 걷히고 밝은 햇살이 비치면 모든 것이 명확하게 보이는 것처럼 전쟁이 끝나면 불확실성과 불안감이 가셔 우리 생활도 차츰 나아질 것입니다. 홍찬선기자 hc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