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 사람들은 목을 길게 빼고 중동 쪽을 바라보지만 보이는 것은 모래폭풍이다. 투자자들이 혼미한 시장에서 한발 앞선 정보를 갈망하고 있지만 빅 뉴스는 없다. 투자시장에서 정보는 먼저 알아야 돈이 된다. 또 그 정보의 의미가 무엇인지를 재빨리 알아차려야 그 돈을 손에 쥘 수 있다.
전시 투자법은 ‘고(高)갈등 매도, 저갈등 매수’다. 2차대전 때 영국에 폭탄이 떨어지면 주가가 떨어지고 이탈리아의 무솔리니가 ‘전황이 불리하다’고 시인한 뉴스에 주가가 폭등했던 것과 같은 이치라고 투자자들은 말한다. 문제는 전황 소식이 빛의 속도로 무더기로 전해지고 있다는 점.
“책상에 2대의 TV를 놓고 하루종일 채널을 돌아다닌다. 새 소식과 낡은 소식을 가려내려고. TV가 더 있어야 할 판이다.”
또 주요 신문을 뒤적이고 신문사의 웹사이트를 찾아 새 소식을 사냥한다. 이라크전쟁 정보 전문 사이트(agonist.org, commandpost.com, stratfor.com 등)에도 이들의 손길이 닿는다. ‘중동판 드러지 리포트’라고 알려진 이스라엘의 루머 전문 취급 사이트(debka.com)를 찾는 사람도 있고 위성사진 사이트를 찾아가 이라크의 전황을 챙기는 사람도 있다고 CNN 머니는 소개하고 있다.
채권투자전략가인 밀러 타박은 “아랍 웹사이트(arabicnews.com, albawaba.com, arabworldnews.com)에도 꼭 들어가 본다”면서 “군사 사이트(defensedaily.com, globalsecurity.org)를 돌아보는 사람도 많다”고 전했다. 정보전을 펼치는 투자자들에게 리스크는 더 커진다. CNN과 알 자지라 방송의 뉴스 차이점까지 알아야 한다. 그리고 나름대로 종합판단을 내려야 한다.
정보가 많으면 상황이 휙휙 바뀌니까 전쟁이 빨리 끝날 것이란 착각이 들게 한다는 주장도 있다. 이들은 “전쟁은 아무리 빨라도 일정 기간은 필요하다”면서 “짧았던 편인 걸프 1차전이 74일 걸렸고 영국과 아르헨티나간의 포틀랜드전쟁도 37일 걸렸다”고 지적한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뉴욕 주가는 출렁이고 있다. 전쟁이 예상보다 길어질 것이란 주말뉴스에 24일 곤두박질쳤던 주가는 바스라에서 사담 후세인 대통령에 반대하는 민중봉기가 일어났다는 소식 등에 25일 반등했다.
홍권희 뉴욕특파원 koni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