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오늘의 이슈]여야 여론 눈치보기…당론 못정해

입력 | 2003-03-25 18:52:00

25일 오후 2시 이라크전쟁 파병동의안 처리를 위한 국회 본회의가 소집됐으나 의원들이 입장하지 않아 본회의장이 텅 비어 있다. 결국 회의는 열리지 못했다. -박경모기자


“반전(反戰) 여론이 워낙 거세기 때문에….”

25일 국회의 이라크전 파병 동의안 처리가 반전 여론에 밀려 논란 끝에 연기됐다. 특히 민주당 내 여러 의원들이 파병 반대 의견을 개진하고 나서자, 한나라당도 “우리만 전쟁주의자냐”며 민주당이 먼저 의견통일을 해오라고 압박하는 등 여야간에 미묘한 갈등 양상이 벌어지기도 했다.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국익을 위해 파병 동의안을 처리해 달라”고 요청했는데도 불구하고 여당인 민주당은 오히려 찬성 당론 결집에 실패했다. 정대철(鄭大哲) 대표는 의원총회에서 “대통령의 고뇌에 찬 결단을 존중하자”며 의원들에게 파병찬성을 권고했으나 여러 의원들이 파병 반대 논리를 주장하고 나섰다.

김영환(金榮煥) 의원은 “한미동맹을 명분으로 침략전쟁을 미화할 수는 없다. 13억 이슬람 국가의 반발도 고려해야 한다”고 했고, 김경천(金敬天) 의원은 “미국은 전범국이다. 파병하면 우리나라도 공범국이 된다”고 주장했다.

이 가운데 김경재(金景梓) 의원은 “전쟁은 반대하나 파병할 수밖에 없다”면서 여야 의원 30여명의 서명을 받아 공병대를 제외하고 의료지원단만 파병토록 하는 수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박상천(朴相千) 최고위원도 “전쟁 반대가 옳지만 한미동맹관계와 북핵 문제 등을 고려해 파병할 수밖에 없다. 다만 공병대를 건설 분야에 한정해 파병하는 수정안을 제출하자”는 중재안을 제시해 상당수 의원들이 호응했지만 당론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한나라당은 일찌감치 “국가 이익을 위해 조속한 파병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정했으나 민주당이 어정쩡한 태도를 보이자 노 대통령이 파병에 대한 국론통일을 이뤄내고 민주당이 당론을 정할 때까지 국회 표결을 미루자는 쪽으로 방향을 선회했다.

박원홍(朴源弘) 의원은 의총에서 “한미공조 강화차원에서 파병은 반드시 해야 한다”며 조기파병을 당론으로 정하자고 주장했지만, 김홍신(金洪信) 김부겸(金富謙) 의원 등이 “이라크 파병은 씻을 수 없는 세계사의 전범국가가 된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고 반박하는 등 한나라당 내에서도 반대 의견이 적지 않았다.

양당이 당론 결집에 실패한 데다가 파병 찬성 의원에 대한 일부 시민단체의 낙선운동 방침이 개별 의원들에게 심리적 부담으로 작용하면서 결국 국회는 이날 본회의도 열지 못한 채 나중에 의사일정을 다시 정하기로 했다.

한편 환경운동연합 등 시민단체 회원 10여명은 본회의 방청이 불허되자 오후 3시경 미리 발급받은 방청권으로 경비가 삼엄한 국회 구내에 들어온 뒤 의사당 앞에서 “전쟁반대, 파병반대”를 외치다가 연행되기도 했다.

정용관기자 yongari@donga.com

박민혁기자 mhpark@donga.com

트랜드뉴스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