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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과학]'카오스와 코스모스'…모든 질서는 혼돈이 규칙

입력 | 2003-03-14 19:15:00

우주를 이루는 별과 성운 등 대부분의 물질은 서로간에 영향을 주고받으며 예측불가능한 운동양상을 나타낸다. 우리 행성계의 중심에 두 개의 태양이 있다고 가정할 경우 지구의 경로를 나타낸 그림.사진제공 생각의나무


◇카오스와 코스모스/요아힘 부블라트 지음 염영록 옮김/267쪽 2만9000원 생각의 나무

베이징에서 나비 한 마리가 일으킨 날개의 펄럭임이 며칠 뒤 유럽에서 폭풍을 일으킬 수 있다. 우리 마을 감자 값의 작은 변동이 세계 경제공황을 몰고 올 수도 있다.

세계 속의 모든 현상은 수많은 매개변수로 서로 연관을 맺고 있으며, 때로는 작은 원인이 상상할 수 없는 결과로 증폭돼 나타나기 때문이다. 우리에게도 낯설지 않은 ‘복잡계 이론’ 또는 ‘카오스 이론’이다.

90년대 후반 이후 제법 풍성해진 ‘복잡계’ 또는 ‘카오스’ 관련 서적 목록 중에서도 이 책은 주로 기존의 물리학 모델들을 복잡계 이론의 조명 아래 새롭게 비추어보는 데 초점을 맞춘다.

이 책에 따르면 뉴턴의 기계론적 세계관은 우주의 참 모습에서 수많은 요소를 생략한 채 ‘단순화’한 모델에 지나지 않는다. ‘자유낙하하는 돌’을 예로 들어보자. 낙하 당시의 회오리치는 기류, 고밀도 진동 같은 수많은 변수를 무시한 채 그 돌이 ‘임상적으로 이상적인’ 조건에서 낙하한다고 과학자는 간주한다.

그러나 이런 방법이 그런 대로 먹히는 질서의 영역은 극히 제한된 조건 아래 생기는 ‘고립된 섬’일 뿐이며, 이 작은 영역의 주위는 온통 믿을 수 없을 정도의 혼돈으로 둘러싸여 있다는 것.

그러므로 뉴턴 역학에서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 복잡계 이론으로 발전돼온 물리학의 역사는 모든 조건을 이상화한 ‘정상모델’에 미처 예측하지 못했던 새로운 변수들을 잇달아 상정하고 덧붙이면서 발달해온 역사이기도 하다. 이제 인간은 슈퍼컴퓨터도 예측하기 힘든 수많은 변수들의 상호작용에 눈을 돌리고 있다.

이 책의 미덕은 낯설게만 여겨지기 쉬운 ‘복잡계’를 비교적 친숙한 사실들과 이해하기 쉬운 언어로 풀어내고 있다는 것. 담배연기가 직선으로 뻗어가다 순식간에 난류(亂流)로 바뀌는 현상, 두 개의 자석에 영향을 받도록 만든 진자운동의 예측 불가능성, 다른 조건이 변하지 않는데도 극적으로 변화하는 동물 집단내의 개체수 등을 통해 ‘초기값의 미세한 차이가 완전히 다른 결과를 가져오는’ 카오스 이론의 핵심을 짚어낸다.

그러나 완전히 찬동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다. 제목에서 나타나듯 저자는 카오스(혼돈) 과 코스모스(질서) 의 대립을 극명하게 나타내 성공을 거두고 있으나 한편으로 ‘코스모스’의 또 다른 뜻인 ‘우주’를 강조하기 위해 소행성충돌, 외계 생명체 등 ‘카오스’와 관련이 적은 분야를 무리하게 주제에 끌어붙이고 있다.

이 책이 카오스 또는 복잡계 이론의 입문서 역할을 하는 데 적당하다면, 더 넓은 논의를 위해서는 ‘신경망 컴퓨터’ ‘음악과 엔트로피’ 등 다채로운 내용을 다루고 있는 ‘카오스와 복잡계의 과학’(이노우에 마사요시 지음·한승·2003년 1월)에도 눈길을 줄 만하다. ‘혼돈의 가장자리’(스튜어트 카우프만 지음·사이언스북스·2002년)는 생명체의 출현과 진화를 복잡계 이론으로 명쾌하게 풀어낸 역저.

‘복잡계’를 경제이론과 접목시킨 책으로는 ‘왜 복잡계 경제학인가’(시노자와 요시노리 지음·푸른길·1999년)가 있으며, 수학자 김용운 교수의 ‘카오스의 날갯짓’(김영사·1999년)은 카오스 이론을 한국사회의 바람직한 발전방향과 접목시켜 출간 당시 큰 반향을 얻었다.

유윤종기자 gustav@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