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이수현 사건 잊었나…日 전철역 술판매 재개

입력 | 2003-02-17 17:47:00


2001년 1월 한국인 유학생 이수현(李秀賢·당시 26세)씨가 철로에 떨어진 취객을 구하다 사망한 사건을 계기로 금지돼 온 일본 전철역 매점의 주류 판매가 2년 만에 재개됐다.

일본철도여객(JR) 동일본(東日本)측은 주말인 15일부터 야마노테(山手)선과 주오(中央)선, 소부(總武)선 등 도쿄의 24개 전철역 플랫폼에 설치된 67개 매점에서 주류를 다시 팔기 시작했다.

이씨의 의로운 행동을 기리기 위해 진열대에서 술을 치운 지 2년 만의 일. 당시 “취객이 철로에 떨어진 것은 역 구내에서 술을 팔았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제기되자 철도회사측은 ‘주류 판금(販禁)’을 자진 결정했다.

JR측은 “주류 판매의 재개 여부를 묻는 문의가 하루에 100건을 넘는 등 술을 구입하려는 승객들의 요구가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실제로는 술 판매 중단으로 매점의 매출액이 크게 줄자 이씨에 대한 기억이 다소 흐릿해진 점을 이용해 슬그머니 부활시킨 ‘장삿속 조치’에 불과하다는 지적. 판매가 중단되기 전까지 매점들의 주류 판매량은 연간 2억7000만엔(약 27억원)에 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에서 어학연수 중이던 이씨는 2년 전 아르바이트를 마치고 귀가하다 야마노테선 신오쿠보(新大久保) 전철역 플랫폼에서 철로에 떨어진 취객을 구한 뒤 자신은 미처 열차를 피하지 못해 숨졌다.

도쿄=박원재특파원 parkw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