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파견문록’의 수수께끼 출제자 선발 현장. 어린이 특유의 기상천외한 문제들이 쏟아졌다. 이종승기자
《MBC ‘전파견문록’(월 오후 7·40)에서 어린이들이 내는 수수께끼는 ‘어렵다’. 아이들의 눈높이에 비친 사물이나 어린이 특유의 기상천외한 발상을 성인 출연자들이 선뜻 헤아리지 못하기 때문이다. ‘전파견문록’ 제작진은 재치넘치는 ‘출제자’를 발굴하기 위해 매주 6곳의 유치원을 찾는다. 아이들은 수수께끼 놀이와 개별 면담을 통해 최종 출연자가 결정된다. 그 현장을 따라갔다.》
7일 오전 서울 가양동 H유치원. 4∼6세의 어린이들 20여명중 한 명씩 나와 종이에 적힌 100여개의 단어 중 하나를 골라 문제를 내게 했다. 한 어린이가 번쩍 손을 들었다. 최선경 작가와 잠시 귓속말을 하더니 자신있는 표정이 됐다.
“총에서 총알 대신 바람이 나와요.”
“가스총!” “땡”
“머리에 쓰는 거야.”
“아∼, 알았다. 헤어 드라이어.”
“딩동댕”
이 밖에도 “사다리 위를 걸어다녀요(횡단보도)” “이 사람은 항상 돋보기를 가지고 다녀요(탐정)” “혼자하면 재미없어요(응원)” 등 기발한 아이디어들이 쏟아져 나왔다.
H유치원에서 선발된 아이는 2명. 작가들이 몰래 불러내 폴라로이드 카메라로 사진을 찍고 연락처를 받았다.
“너 사진 찍었다는 건 아이들한테 절대 비밀이다. 약속!”
제작진은 선발과정에서 아이들에게 방송국에서 왔다는 사실을 비밀로 한다. 한 번은 유치원 교사가 실수로 학부형들에게 가정통신문을 돌려 방송국에서 나온다는 사실을 알렸다. 다음날 유치원에 갔더니 아이들은 화장은 물론 미장원에서 머리 손질까지 하고 나타났다.
“어머니들이 방송 내보내려고 극성이예요. ‘우리 애는 영재 판정을 받았는데 왜 안뽑느냐’며 항의하기도 해요. 아이들에게 미리 말을 하면 ‘생각주머니’가 열리지 않아요.”(김명정 작가)
오전 11시. 다음 행선지인 B유치원으로 향했다. 정장 차림에 넥타이까지 맨 남자 아이가 보였다. 여자 아이들도 한껏 멋을 냈다. 유치원 교사가 아이들에게 “방송국에서 왔다”는 사실을 미리 알렸던 것이다.
“아까 애들이 화장실에서 머리에 물칠하느라고 한바탕 난리가 났어요.”(유치원 원장)
몇차례 수수께끼 응답이 오간 뒤 아이들 곁에 앉은 유치원 교사는 한 아이를 몰래 가리키며 ‘시켜 보라’고 신호를 보냈다. 그런데 그 아이는 ‘병아리’에 대해 “노랗고 작고 삐약삐약 운다”고 설명하는 바람에 제작진이 시큰둥했다.
제작진에 따르면 유치원 교사가 추천하는 아이들은 거의 뽑히는 일이 없다. 오히려 엉뚱한 면이 있는 아이들이 기발한 문제를 내놓는다. 그래서 유치원측이나 학부형도 ‘전파견문록’ 선발 결과에 대해 의외라는 반응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
이날 제작진은 B유치원에서 ‘노래방에 가서 부모님이 보여준 가장 재미있는 모습은 무엇이냐’는 설문 조사도 함께 했다.
“엄마가 눈감고 노래부르다가 넘어졌어요!”
“아빠가 머리에 넥타이 두르고 탁자 위에서 노래부르다가 자빠졌어요. 그런거 보면은요, 한심해요.”
이 곳에서는 4명이 선발됐다. 이렇게 선발된 아이들은 제작진과 수수께끼 놀이를 하며 창의력 집중력 인내력을 시험한다. 집에서 수수께끼 책 한권을 외워오는 아이들도 있다. 그러나 아무리 창의적인 아이도 3시간 남짓한 녹화 시간을 버티지 못할 것으로 보이면 탈락이다.
김수경기자 sk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