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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권기태/'이라크 市場' 일본은 뛰는데…

입력 | 2003-02-02 18:16:00


전쟁 위기 속의 이라크를 다녀왔다. 바그다드 곳곳에는 '어린이 보호 차량'이라고 한글로 쓰인 승합차들이 많았다. 한국에서 들여온 헌 차들이다. 한국산 새 차는 거의 없었다. 대신 닛산 도요타 등 일제 새 차들이 즐비했다.

일본 정부가 미국의 전쟁 준비를 돕겠다고 나서자 이라크 정부는 미국 영국 다음 가는 적으로 일본을 꼽고 있다. 그러나 이라크 국민을 사로잡고 있는 일제의 시장 침투는 막지 못하는 실정이다.

이라크에 대한 유엔 금수(禁輸) 조처는 올해로 14년째다. 아랍 전문가들은 이 조처가 사담 후세인 정권이 제거될 경우는 물론이고, 그렇지 않을 경우에도 몇 년 후에는 실효를 잃을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국제 사회의 비난 여론이 높기 때문이다.

일본 기업들은 이 같은 움직임을 포착하고 지난해부터 아랍에미리트연합 소재 두바이 지사의 상사원들을 꾸준히 이라크로 들여보내 시장을 은밀히 열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지난해 한국 기업인의 이라크 방문은 사실상 전무한 실정이다.

대신 한국과 교류하려는 이라크 인들의 열기는 상당하다. 대한무역진흥공사(KOTRA)는 18∼19일 서울 코엑스에서 여는 무역전시회 '프레미엄 코리아 2003'에 이라크 기업인들을 8명 정도 받기로 했으나 30여명의 기업인이 몰려드는 바람에 결국 12명을 선별키로 했다.

이라크는 확인된 석유 매장량만 1억3000만 배럴, 세계 2위를 자랑한다. 재외 국민까지 합하면 2700만 명을 헤아린다. 그러나 사회는 금수조처가 발효된 1990년 8월 시점으로 정지돼있다. 아랍 사회에 그 흔한 위성 안테나나 핸드폰 하나 없다. 특급 호텔에 텔레비전 리모콘조차 없다. 20년 된 차가 숱하게 굴러다니고 대부분의 발전소가 녹슬고 있다. 공중전화에 대한 금수조처가 지난해 풀렸지만 한국 기업들은 섭씨 85도를 견딜 수 있는 제품을 준비해놓지 못해 입찰조차 못했다.

KOTRA 바그다드 지사의 정종래 상무관은 "시장이 공식 개방되고 나면 이미 늦다"며 "지금이야말로 이라크 국영기업들과 정부 부처의 테크노크라트들에 대한 '휴먼 네크워크' 구성을 서둘러야 할 때"라고 말했다.

권기태기자 국제부 kk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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