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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리뷰]세련된 공포…할리우드식 변신 '링'

입력 | 2002-12-30 19:05:00

할리우드판 ‘링’ 사진제공 CJ엔터테인먼트


복사된 비디오 테이프가 전파되어 연쇄 사건이 일어나는 영화의 내용처럼, 공포영화 ‘링’의 리메이크도 그칠 줄 모른다.

1998년 일본 나카다 히데오 감독이 만든 ‘링’은 일본에서만 150만여명의 관객을 불러모으며 ‘링 2’(1999), ‘링-라센’(2000)등 속편을 낳았다. 한국에서도 99년 신은경 정진영이 주연을 맡은 같은 이름의 리메이크 작품이 서울에서만 33만여명의 관객을 불러 모았다.

이번에는 할리우드 차례다.

올해 할리우드에서 리메이크된 ‘링’은 10월 미국 개봉 때 1억2620만 달러를 번 흥행작. 국내 개봉은 한국판, 일본의 원작, 할리우드판의 순서다. 앞의 두 버전을 먼저 본 관객들에겐 할리우드판 ‘링’의 섬뜩한 공포는 덜하겠지만, 비교해서 보는 재미가 있다.

의문의 비디오테이프를 본 10대들이 잇따라 죽는 사건이 발생한다. 한 피해자의 친척인 기자 레이첼(나오미 왓츠)은 사건을 파헤치다 문제의 비디오테이프를 입수한다. 비디오 테이프를 틀자 화면에는 악몽같은 이미지가 펼쳐지고, 이를 본 사람은 1주일 뒤에 죽는다는 전화가 걸려온다. 설상가상으로 레이첼의 아들 에이단(데이비드 도프만)도 비디오테이프를 보게 되고, 레이첼은 아들을 살리기 위해 모든 걸 밝혀내야 한다.

할리우드판 ‘링’은 일본, 한국판보다 세련됐고 이미지도 강렬하다. 비디오 테이프의 화면 구성이나 선상에서 말이 날뛰는 장면, 시신의 형상을 보면 기술과 자본에서 한 발 앞서는 할리우드의 영화 제작 수준을 실감하게 된다.

흥미로운 점은 불길한 저주를 묘사하는 데 있어서 동서양의 차이. 한국과 일본판에서는 이 비디오 테이프가 불행하게 생을 마감한 모녀의 원혼에서 비롯된 것이나 할리우드판에서는 마치 ‘오멘’처럼 불길한 사건을 몰고 온 아이의 운명에서 비롯된 것으로 묘사된다. 좀 의아할 정도로 모든 불행을 아이의 저주받은 숙명으로 해석하고 있다.

‘멀홀랜드 드라이브’로 호평받은 호주 출신 배우 나오미 왓츠는 금방 무너질 것같으면서도 끝까지 강인하게 버티는 개릭터로 영화의 중심을 튼실하게 잡고 있다. 감독 고어 버빈스키. 원제 ‘The Ring’. 15세이상 관람가. 1월 10일 개봉.

김희경기자 susann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