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축산공사는 지난해 봄 찜 갈비용 호주청정우 ‘시드니 갈비(Sydney Rib)’를 한국 시장에 내놓았다. 찜 갈비를 좋아하는 한국인의 입맛을 공략하기 위해 특별히 개발한 것.
‘시드니 갈비’는 국내 시장에서 폭발적인 성공을 거뒀고 이에 힘을 얻은 호주축산공사는 이를 호주 본토로 역수출할 계획을 세우는 한편 ‘시드니 불고기’, ‘시드니 불갈비’ 등 신제품을 잇따라 선보이고 있다.
이처럼 국내에 진출한 외국기업이 한국인의 ‘오감(五感)’을 사로잡기 위한 제품 현지화에 앞다퉈 나서고 있다. 진돗개만을 위한 개밥도 나왔다. 일부 제품은 한국에서의 성공을 발판으로 세계 시장에 역수출되고 있다.
한국P&G 앨 라즈와니 대표이사는 “한국 소비자들의 안목이 까다롭기로 유명해 한국에서 성공하면 세계 어디에서도 실패할 확률이 적다는 말이 나올 정도”라고 그 배경을 설명했다.
애완동물식품 전문 기업인 네슬레 퓨리나 펫케어는 진돗개용 개밥 ‘퓨리나 진도 퍼피/도그 메뉴’를 개발했다. 진돗개의 특성과 체질을 분석해 명견답게 윤기 있는 털과 건강한 체형을 유지하도록 고안한 제품. 네슬레 퓨리나 펫케어는 한발 더 나아가 국내 애견에서 자주 발견되는 알레르기, 심장질환, 소화기 장애 등 질병에 대한 처방식까지 내놓고 있다.
한국P&G는 국내 소비자들이 생리 냄새에 대한 제품 만족도가 낮다는 점에 착안해 ‘생리 냄새를 덜어주어 맑아진다’는 컨셉트로 소나무 재질의 강화된 흡수층을 채택한 ‘위스퍼 그린’을 개발했다. 위스퍼 그린은 한국에서의 성공을 발판으로 지난해 일본과 타이완에 23억원의 수출 실적을 올리기도 했다. 또 P&G 헤어케어 브랜드인 팬틴은 한국 소비자들의 머릿결에 대한 고민을 분석한 결과 스타일링이 잘 되지 않는다는 해외 소비자와 달리 약하고 건조하다는 등 다섯 가지로 나타나자 이에 초점을 맞춘 ‘팬틴 토탈케어 린스’를 내놓았다.
패밀리 레스토랑 아웃백 스테이크하우스는 전통 한국 음식에 길들여진 30∼40대 고객을 유치하기 위해 불고기맛 스테이크, 갈비 스테이크, 한국식 샐러드 등 한국인의 입맛에 맞는 메뉴를 자체 개발,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이 메뉴들 역시 최근 일본 중국 영국 등으로 역수출, 호응을 얻고 있다.
이 밖에 한국코카콜라는 ‘먹는 샘물 순수 100’ ‘봄빛 매실’ ‘블루 스프라이트’ ‘파워에이드 거스 히딩크’ 등 한국 소비자들의 감각을 고려해 국내용 제품을 잇따라 선보이고 있다. 또 한국3M은 한국인이 선호하는 은은한 자연 색채를 사용한 ‘한지 포스트-잇’을 새로 선보였다.
배극인기자 bae215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