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창 손진태 선생이 남긴 원고뭉치./이종승기자
최근 발견된 남창 손진태(南滄 孫晉泰·1900∼?) 선생의 미완성 유고중 ‘중등 역사 교과서’ 원고는 문화사를 중심으로 서술된 점이라는 데 의미가 큰 것으로 학계는 보고 있다.▶7일자 A25면에 관련기사
우선 ‘우리나라 문화’라는 제목부터 문화사에 중점을 두었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 제도사나 정치사가 아니라 문화사를 중심으로 역사 교과서를 구상한 것은 당시로서는 매우 선진적인 사관이다.
고려대 조광(57·한국사학과)교수는 “문화사를 주제로 중등학교 교재를 집필한다는 것은 당시로서는 민속학과 역사학을 두루 섭렵한 남창 선생만이 할 수 있는 작업”이라고 말했다.
목차에 따르면 교과서는 모두 8장으로 구성됐다. 고대의 문화에서 현대의 문화까지 통사적으로 다뤘는데 특히 삼국시대 직후를 일제 강점기때부터 사용한 ‘통일 신라’ 대신 ‘신라와 발해의 문화’로 규정한 점이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이다. 한민족 역사에서 발해의 위상을 높이 평가하는 선생의 진취적이고 민족주의적 사관이 교과서에 담긴 것이다. 선생은 원고에서 신라보다 발해의 문화를 먼저 기술했다.목차에 나온 마지막 7장과 8장도 주목할 부분이다.‘민족성’을 다룬 7장은 ‘우리 민족성의 장처(장점)와 단처(단점)’ ‘우리 민족이 나아갈 길’이라는 소단락으로 구성됐고, 8장은 ‘우리 문화와 세계’라는 제목이어서 단순히 역사보다 한국과 세계의 관계를 설명하고자 했던 선생의 뜻도 보여주고 있다. 이 원고를 발견한 고려대 최광식 교수(한국사)는 “교과서에 우리의 민족성을 기술하고 우리 문화와 세계 문화를 비교하고자 했던 점은 선생의 ‘열린 민족주의 정신’을 잘 드러내는 것”이라고 말했다.함께 발견된 조선민족사개론 하편의 첫 부분과 동요, 무가를 채집해 기록한 원고 및 연구 자료도 남창 선생의 업적을 재조명하는데 귀중한 자료가 될 전망이다.주성원기자 sw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