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
사랑하는 국민여러분
저는 21세기 대한민국의 운명을 가를 중요한 대선을 앞두고 이 시대와 국민의 엄숙한 요구를 받들고자 비장한 심정으로 이 자리에 섰습니다. 저는 지난 40여년의 공직생활과 6년의 정치과정이 국민의 뜻을 헤아리는 소중한 밑거름이라고 생각해왔습니다.
그러나 이번 선거를 앞두고 전국 방방곡곡을 다니면서 저는 국민의 진정한 요구가 무엇인지 새삼 깨닫게 되었습니다. 늘 들어왔고 또 늘 말해왔던 그것을 왜 과감하게 실천하지 못하는가라고 국민들께서는 저를 질책하셨습니다. 우리 한나라당을 질책하셨습니다.
그것은 바로 '변화와 개혁'이었습니다. 실천하지 못한 변화와 개혁에 대해 국민들은 안타까워 하셨습니다. 저는 무거운 마음으로 이 국민적 요구에 대해 제가 과연 무엇을 할 수 있을지 깊은 사색과 숱한 번민을 하게 되었습니다.
우리가 목표로 하는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 새로운 국부의 창출, 그리고 국민통합 등 시급한 국가적 과제를 실천해야 할 이 절박한 때에 우리를 좌절하게 하는 것이 있습니다. 구태정치와 부정부패가 바로 그것입니다.
오늘 저는 국민적 요구를 담아 저와 우리 당이 자기희생을 통해 정치개혁을 실천하고자 합니다. 이 정치개혁을 통하여 이제는 미래로 나아가는 생산적인 정치의 디딤돌을 만들고자 합니다.
사랑하는 국민 여러분!
자기 희생없는 정치개혁이란 있을 수 없습니다.
저는 대통령에 당선되면 정치개혁을 열망하는 시대와 국민의 요구를 실천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조치를 단행할 것임을 약속 드립니다.
(1) 3권분립 원래의 의미에 충실하기 위하여 우리 한나라당의 현직 국회의원들은 그 누구도 새 정부에 참여하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저는 당명한 국가적 위기를 극복하고 21세기 새로운 조국을 건설해 나갈 '최고의 정부'를 만들고자 합니다. 제가 만들고자 하는 새 정부는 지역과 연령과 세대를 초월하여 국정 각 분야의 최고의 인재들이 이끌어가는 역동적이고 유능한 정부가 될 것입니다. 김대중 정부에서 일했던 사람이라도 능력과 자질만 있다면 저는 과감하게 중용할 것입니다.
(2) 한나라당은 고비용 정치의 원인인 낡은 정당구조를 과감히 혁파해서 '원내 중심 정당'으로 개혁할 것입니다. 그리하여 원내 다수당으로서 새 정부의 개혁을 안정적으로 뒷받침하는 데 최선을 다하도록 하겠습니다.
(3) 정치개혁을 행동으로 실천하기 위해 저는 당선되면 즉시 각계 전문가와 양심세력으로 구성된 '정치개혁 국민위원회'를 구성하겠습니다. '정치개혁 국민위원회'는 정치개혁을 위한 실천방안을 제시하게 될 것이며, 저와 한나라당은 이를 전적으로 수용할 것임을 분명히 다짐합니다.
(4) 저는 당선되면 국가대혁신 차원에서 임기중에 개헌 논의를 마무리 짓겠습니다. 초당적이고 공개적인 공론화 과정을 거쳐서 최선의 개헌방안이 도출되면 대통령의 임기 일부를 줄이는 한이 있더라도 개헌을 추진해서 21세기 국가발전의 초석이 될 헌정체제를 바로 세우겠습니다.
(5) 대통령에 당선되면 공적자금 비리, 도감청 등 국민적 의혹을 받는 모든 권력비리에 대해 특별검사를 임명하여 공정하고 철저하게 수사하도록 할 것입니다. 국민의 신뢰를 받는 재야의 명망있는 법조인을 특별검사로 임명할 것입니다. 대통령도 당연히 특별검사의 수사대상이 될 것이며, 만약 저와 제 가족이 어떠한 권력형 비리에라도 연루된다면 저는 우리나라 민주주의의 발전을 위해 즉시 대통령 직을 물러날 것입니다.
(6) 정치보복은 일체 없을 것입니다. 비열한 정치보복의 악순환을 끊는 것만이 우리의 민주주의를 한 단계 성숙하게 하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7) 권력부패의 근원을 차단하는 제도적 정치를 마련하겠습니다. 새 정부에서 일하게 될 모든 정무직 공무원 모두가 임기 시작과 함께 모든 재산을 법이 정하는 금융기관에 맡겨 관리하는 소위 '백지신탁제도'를 시핼할 것입니다.
회견문에는 없지만 한 가지 말씀드리겠습니다. 마지막으로 당선되면 저의 전 재산을 국민의 어려운 서민과 어렵게 생활하는 국민을 위해 헌납할 것을 약속드립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우리에게는 머뭇거릴 시간이 없습니다. 지난 반세기, 대한민국이 어떻게 세운 나라입니까. 반세기 동안 피땀 흘려 세운 이 나라를 21세기 세계가 부러워하는 선진국으로 만들어가는 것은 우리의 신성한 의무입니다. 저는 오늘 구국의 결단으로 국민 여러분의 요구를 수용하면서, 국민의 손에 정치개혁의 모든 것을 맡깁니다.
오늘 제가 말씀드리는 정치개혁은 저와 우리 당의 자기희생 위에서 이루어질 것입니다. 저부터 시작하겠습니다. 우리 한나라당부터 시작하겠습니다. 위대한 대한민국 건설에 저의 모두를 바칠 것을 약속드립니다. 국민 여러분의 성원과 참여를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일문일답
- 당선되면 개헌논의 마무리하고 임기 줄이는 한이 있더라도 하겠다고 말했다. 임기를 줄이는 등 구체적인 방향이 섰는가.
"구체적인 개헌의 내용을 말할 단계는 아니다. 국가권력구조와 헌정 기본구조를 다루기 때문에 국민의 공감을 얻어서 해야한다. 본격적으로 헌법의 권력구조를 비롯한 헌정질서와 구조에 대한 논의를 활성화하고 그런 가운데 국민의 의견을 모아 그에 따라 개헌을 마무리 짓게다는 것이다."
- 4년 중임제를 의미하나. 특검제는 병풍 안풍 세풍사건도 포함되는가. 특검제의 상설화인가.
"헌법개정의 논의에 대해 4년 중임제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 놓았다는 것이다. 공감된 헌법개정의 방향은 예측할 수 없다.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헌법개정의 방향에 대해 이를 따르고 실현하기 위해 필요하다면 하겠다는 의지를 말하는 것이다. 물론 특검제 적용 사건 중에는 저 자신의 모든 문제도 당연히 포함될 것이다. 상설특검의 취지가 아니라 고질적인 구태정치와 비리 의혹을 혁파하기 위해 특별검사를 임명해 처리하겠다는 것이다."
- '현직 의원 새정부 참여 배제'방침을 밝혔는데 자질있는 국회의원의 참여 배제는 문제가 있을 수도 있지 않나. 정개특위에도 정치인 참여는 안시킬 것인가.
"지금 삼권분립의 취지하에서, 대통령제하에서의 3권분립의 취지를 철저히 하기 위해 국회의원직을 가지고 참여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정치개혁을 위한 국민위원회는 공정하고 사명감을 갖고, 정말 모양새나 정말 새로운 21세기로 도약하는 국가의 정치개혁을 이뤄내는 전환을 이룰 회의가 될 것이다. 여야간 나눠먹기라든가 지분갖기식의 참여는 안될 것이다. 정치개혁위한 위원회는 국민의 뜻을 담아 국민의 의견을 반영할 것이다."
박민혁기자 mh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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