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과 일본 기타큐슈(北九州)시 고쿠라(小倉)항을 연결하는 국제여객선 ‘돌핀 울산호’(790t급)가 첫 출항한 것은 올 4월25일.
이날 관광객 420여명을 태우고 일본으로 향하는 여객선을 바라본 시민들은 “이제 울산도 ‘공해도시’라는 부정적 이미지를 벗고 ‘문화관광도시’로 탈바꿈할 계기가 마련됐다”며 기뻐했다. 울산시도 16억원을 들여 여객선 터미널을 건설하는 등 전폭적인 지원을 했다.
하지만 ‘돌핀 울산호’는 시민들의 기대만큼 ‘순항’하지 못했다.
취항 선사가 137억원을 들여 호주에서 도입한 이 배는 고장으로 결항이 잦은데다 출입국 수속에 시간이 걸리고 접안시설도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 승객이 배에서 내려 터미널을 빠져 나오는데만 2시간 이상이 소요됐다. 이곳을 운행하는 시내버스도 결행이 잦았다.
일본 관광객을 울산에 묶어둘 관광상품이 없어 이들이 경주와 부산으로 빠져나가는 뒷모습을 바라보기만 했다.
취항 3개월 후 부산시가 같은 노선에 여객선을 취항시켜 ‘돌핀 울산호’의 승객이 더욱 감소했다. 취항 후 3개월까지 90% 안팎이던 승선율이 요즘은 20% 미만이다.
급기야 운항선사측은 여객선 정기점검과 요동방지장치 설치를 내세워 25일부터 3개월간 운항 중단을 결정했다. 비수기인 겨울철에 적자운항을 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였다.
하지만 울산시는 이런 사정을 외면한 채 또 판에 박은 듯한 관광대책만 내놓았다.
박맹우(朴孟雨) 울산시장은 최근 공설 화장장 건설과 국립대학 유치, 그리고 관광객 유치를 위한 강동과 일산 유원지 개발 등을 임기내에 꼭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울산을 찾은 일본 관광객을 위한 관광상품 하나 제대로 발굴하지 못해 관광객을 빼앗기면서 수백억원을 들여 관광단지를 조성한다고 상황이 달라질까.
‘집토끼’는 놓치면서 ‘산토끼’ 사냥에 나서는 우(愚)를 범하는게 요즘 울산시의 문화관광정책이다. *고정문패,사진
울산〓정재락기자 jrj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