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로펌 월급이 안 나올지 모른다는 얘기 들었어요?”
최근 서초구 서초동 변호사들 사이에서 ‘괴소문’이 나돌았다. 국내의 한 대형 종합법률회사(로펌)가 경영 악화로 월급을 주지 못하는 초유의 사태를 맞게 됐다는 것.
소문은 A로펌이 월급을 지급하면서 잦아들었지만 대형 로펌을 중심으로 ‘인력감축’이 시작된다는 소문이 다시 퍼지면서 변호사들이 우울해 하는 분위기다. 불황을 모르던 변호사 업계에 한파가 몰려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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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변호사업계 생존경쟁
▽급변하는 현실〓일부 변호사들에게나 해당되는 것으로 여겨지던 수익성 악화가 대형 로펌까지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B로펌의 한 변호사는 “사건이 워낙 없다보니 요즘은 미국식의 ‘시간 비용’을 청구할 일거리가 대폭 줄었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대기업을 상대로 수억∼수십억원대의 수임료를 받던 로펌들이 수임단가 낮추기 경쟁을 벌이고 있다. 그동안 거들떠보지도 않던 소액 사건까지 로펌들이 ‘싹쓸이’하면서 개인 변호사들의 상황은 더욱 나빠지고 있다. C로펌 관계자는 “매달 많은 월급을 지급하는 고용 변호사들을 일 없이 놀리는 것보다는 작은 일이라도 맡겨야 하지 않겠느냐”면서 “착수금 300만∼500만원 정도의 사건은 물론 더 적은 수임료를 받는 사건도 맡는다는 게 원칙”이라고 털어놨다.
변호사 의사 벤처사업가 등 전문직의 탈세가 많다는 여론에 따른 국세청의 특별세무조사도 변호사들을 압박하고 있다. 국세청은 지난 2, 3개월 동안 의료 산업재해 명예훼손 등 각 분야 전문 변호사나 사건 수임 건수가 많은 변호사들을 상대로 특별세무조사를 실시했다. 한 변호사는 “갑자기 들이닥친 국세청 직원들을 상대하느라 한동안 아무 일도 하지 못했다”면서 “수임 사건도 계속 줄어들고 있어 엎친 데 덮친 격”이라며 한숨을 쉬었다.
▽사법연수원도 최악의 겨울〓상당수 로펌과 개인 및 합동 변호사 사무실은 내년 1월 수료하는 32기 사법연수원생 800여명에 대한 신규 채용 계획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있는 사람도 줄여야 할 형편에 신규 채용 여력이 없다는 것이다. 김&장 태평양 세종 등 굴지의 로펌들도 예년과 비슷한 10명 안팎의 인원만 채용한다는 방침이다. 따라서 이번에 판검사 임용과 군 입대 대상자를 제외하고 변호사업계로 진출해야 하는 수료생 430여명 가운데 상당수가 ‘둥지’를 찾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
연수원은 다음달 2일부터 기업 등을 상대로 취업설명회를 개최하고 인터넷 홈페이지에 ‘구인등록 게시판’도 운영키로 했지만 뾰족한 대책이 없어 고심하고 있다.
한 중견 변호사는 “이제 변호사는 ‘직업’이 아니라 ‘자격증’으로 변해가고 있다”면서 “전문적인 능력이 없으면 생존 자체가 힘든 시대가 왔다”고 말했다.
이상록기자 myzodan@donga.com
길진균기자 le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