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 뒤면 김혁규(金爀珪)지사가 경남도정을 맡은지 만 9년이 된다.
‘김혁규 도정’의 강점은 활력과 역동성으로 요약된다. 튀는 아이디어와 쉴새없는 시책 개발 역시 빼놓을 수 없다. 눈에 띄는 성과도 적지 않았다.
반면 즉흥성과 ‘감(感)’에 의존하는 행태는 그의 고질적인 흠으로 지적된다.
엄청난 예산이 들어가고 성패가 불투명해도 뚝딱 결정하고 저돌적으로 밀어 부치기 일쑤다. 판을 벌여놓고 보는 탓에 중도에 포기하거나 비판을 받는 사업도 많다.
중국 전용공단과 해외 어장개척은 잘못된 시책으로 꼽힌다. 황강 직강공사와 영남민속촌, 지리산 랜드 조성 등은 무산되다 시피했다. 김해유통단지와 거제관광단지 건설도 장밋빛 발표와는 딴판으로 가고있다.
그 중에서도 해마다 창원에서 열리는 F3 국제자동차 경주대회는 대표 케이스다.
99년 봄 ‘창원∼북한 금강산 국제 자동차 대회’라는 깜짝 이벤트가 무산되자 느닷없이 들고나온 것이 F3였다. 그해 7월 행사를 결정하고 번갯불에 콩볶듯 경주장 공사를 마친뒤 11월 첫 대회를 개최했다. 100억원이 투입된 사업을 일사천리로 해치운 셈이다.
많은 돈을 쏟아붓고, 입장객이 적어 ‘그들만의 잔치’로 까지 불리는 F3에 대한 부정적 시각은 여전하다. 올 대회에 국내 선수 1명을 ‘경상남도’의 이름으로 후원하는데만 1억원을 썼다.
그런데도 김 지사는 이제 훨씬 규모가 큰 F1대회의 유치 의사를 내비치고 있다. F3는 그대로 개최하면서 정부와 협의해 2000억원이 필요한 경주장 건설을 추진한다는 복안이다. F3의 계속 여부를 도민 뜻에 따라 결정하겠다던 약속과도 배치된다.
시간이 흐른 뒤 김 지사의 ‘결단’들은 “미래를 내다보는 식견이 있었다”는 칭찬을 들을 가능성도, 정반대의 평가를 받을 수도 있다. 다만 결론을 먼저 내리고 짜맞춰 가는 행정은 곤란하다. ‘아니면 말고’식이어서는 더욱 안된다.
개인 사업이라면 또 모른다. 모든 도정은 320만 주민의 미래와 직결된다. 그래서 도지사의 운전은 ‘무한 질주’가 아니라 ‘정속 주행’이어야 한다.
강정훈 사회1부 기자 manma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