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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경북]농민들, 농업 관련 도량형 혼란 호소

입력 | 2002-11-18 21:28:00


“쌀 3422만석은 몇 ㎏인가요.”

수업시간에 학생들의 질문을 받은 중학교 교사 김모씨(38)는 당황했다. 학생들이 “신문에 올해 쌀 생산량이 ‘석’으로 나왔다”며 ㎏로 바꾸어 달라고 했던 것. 학생들은 이어 “심청이가 공양미 300석에 팔렸다”고 했는데 역시 몇 ㎏인지 물었다.

‘심청이 공양미 300석’은 석을 대략 쌀144㎏로 계산하면 4만 3200㎏이지만 ‘가마’로 이해할 경우에는 2만 4000㎏가 된다. ‘가마’도 요즘 한창 진행되는 벼수매에서는 40㎏단위지만 쌀은 80㎏다.

농업 관련 도량형(度量衡)이 복잡해 정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농업 도량형은 관행적으로 사용되는 것과 미터법에 따른 단위가 섞여 더욱 혼란스럽다는 것이다.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미터법에서는 무게나 넓이를 재는 단위를 ㎏, t, ㎡, a, ㏊ 등으로 사용한다. 그러나 관행적으로는 석(섬), 가마, 평, 마지기 등을 사용하고 있다. 농림부 홈페이지의 주요 농업통계에도 ㏊나 a를 사용하지만 담당자들도 ‘감’이 오지 않아 ‘평(坪)’으로 환산을 하는 실정이다.

지자체의 농업 관련 부서의 담당 공무원도 ‘석’을 ㎏으로 환산하느라 계산기를 두들기고 있다. 담당 공무원들은 “㎏는 일반적으로 많이 사용하는 단위지만 농민에게는 석이 익숙해 그대로 쓰다보니 헷갈린다”고 말했다. 농업 도량형에 대한 ‘감(感)’이 서로 다른 것. 수퍼마켓에서 파는 쌀은 포장단위가 다양하지만 전부 ㎏으로 표시돼 일반소비자에게 ‘석’단위는 이미 낯설다.

쌀에만 사용되는 석(石·섬)은 대략 144㎏. 벼로 치면 대략 200㎏이나 왜 144㎏인지 명확하지 않다. 장정 1명의 일년치 식량 등 여러 가지 설명이 있지만 ‘관행적으로’ 그렇다고 하는 것일 뿐이다.

‘마지기(두락·斗落)’도 마찬가지. 한 말(두·斗)의 씨를 뿌릴 수 있는 면적이지만 평지와 산지, 토지의 비옥도 등에 따라 가리키는 면적이 다르다. 보통 논 경우에는 200평, 밭은 300평을 뜻하지만 지역에 따라 150평을 뜻하기도 한다.

평(坪)은 미터법에 따라 83년부터 사용이 금지된 계량단위지만 농지나 건축면적을 측정하는 데 널리 사용되고 있다. ‘평’ 대신 ㎡를 사용해야 하지만 관공서의 공문서에도 여전히 평을 1차적으로 사용하고 ㎡는 괄호에 넣어 병기하고 있다.

1만평 논농사를 짓는 한 농민은 “내 농지가 몇 ㎡인지는 서류를 봐야 알겠다”고 말했다. 농민들은 “농업시장이 개방되고 농산물의 국제경쟁력을 갖춰야 하는 데 농업단위가 너무 복잡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농림부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홍영락(洪永樂) 생산통계계장은 “농업 도량형은 관행적 단위와 국제적 단위가 뒤섞여 혼란스러운 게 사실”이라며 “미터법으로 통일시켜야 하지만 실제 농민들이 관행적 단위에 익숙해 단위를 혼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구〓이권효기자 bor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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