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고문’은 짧은 시간에 공포감을 극대화하는 고문방법으로 알려져 있다. 신체에 순간적인 고통을 주는 구타, 전기고문 등과는 달리 외상을 남기지 않으면서 정신적 공황을 불러일으켜 ‘원하는 자백’을 받아내는 방법이다.
물고문은 호흡과정을 ‘물’로 막아 마치 물 속에 빠진 것 같은 공포감을 불러일으킨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물을 흥건히 적신 수건을 얼굴에 뒤집어씌울 경우 숨쉴 때마다 젖은 수건이 얼굴에 들러붙어 호흡이 사실상 어려워진다는 것. 특히 수건에 물을 부으면 호흡기를 통해 물이 폐로 들어가 심한 통증을 느끼게 된다고 한다.
또 산소 공급이 제한되면서 몸 속의 탄산가스가 계속 증가해 어지럼증이 일어나고 정신이 몽롱한 상태에 빠지게 된다는 것. 이 때문에 물고문을 당한 사람은 자주 의식을 잃게 된다고 전문가들은 설명했다. 사람에 따라서 차이가 있지만 일반적으로 4, 5분가량 물고문이 이어지면 이런 환각 상태에 빠지면서 ‘죽음의 공포’를 느끼게 된다는 것이다.
특히 물에 겨자나 고춧가루를 풀거나 코에 물을 집중적으로 떨어뜨리는 방식으로 물고문을 하게 되면 고통과 공포감이 극대화된다고 전문가들은 말했다.
전문가들은 물고문이 육체적 고통뿐만 아니라 정신착란 등 정신적 고통까지 동반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물을 많이 먹게 되면 정신착란이 일어나고 방향감각이 없어질 수 있다는 것. 구토나 위경련 현상이 같이 일어나기도 한다.
물고문은 또 폐조직 안에 고름이 생기고 간혹 피를 토하게 되는 ‘폐화농증’을 가져올 수 있다. 폐화농증은 마취나 과도한 음주 등 의식불명의 상태에서 흡인성(吸引性) 폐렴을 일으킨 경우에 많이 발생하며 가슴통증과 오한 등을 동반한다.
1987년 박종철(朴鍾哲)군 고문 치사사건 당시 부검을 맡았던 고려대 의과대학장 황적준(黃迪駿·55) 교수는 “물고문은 호흡곤란으로 의식을 잃게 했다가 다시 숨을 쉬게 해 정상으로 돌아오게 하는 것을 반복하는 방식”이라면서 “심한 경우 질식사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상록기자 myzodan@donga.com
길진균기자 le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