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서울시가 강북지역에 뉴타운 세 곳을 개발하겠다고 발표하자 해당 지역에서는 땅값이 들썩거리고 있다. 이 지역의 땅값과 집값 상승이 서울 전역으로 확산되리라는 우려도 적지 않다.
그런데 한국의 땅값, 집값은 상식적으로는 이해가 안가는 부분이 많다.
외국에서는 주택의 가격이 편리함과 쾌적함 등에 따라 정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국내에서는 ‘왜 저런 곳에서 아웅다웅 살까’ 하는 곳의 집값이 쾌적한 주거단지보다 곱절씩 비싼 경우가 너무나 많다.
물론 주가가 기업의 수익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듯, 이런 현상이 주택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렇지만 집은 직접 사는 곳이므로 사용가치가 제대로 반영되지 못한다면 무엇인가 잘못됐다.
국내에서는 ‘교육 환경’이 집값을 좌지우지하는데 그것보다 훨씬 중요한 ‘건강 환경’은 집값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 듯 하다.
사실 건강 환경이 집값에 반영되는 장치가 있기는 하다. 건설교통부와 환경부가 시행하고 있는 ‘친환경 건축물 인증제도’가 그것이다. 그러나 평가가 까다로운 데다 인증 수수료를 건설업체가 내야 하기 때문에 업체에서 기피하고 있다. 현재 인증을 받은 아파트는 울산 약사2차지구의 삼성래미안 2개 단지와 인천 삼산1지구의 신성 미소지움 1개 단지 등 극소수에 불과하다.
필자는 정부의 제도와 관계없이 건강 환경이 집값을 쥐락펴락하는 날이 곧 온다고 믿는다. 국민소득이 일정 수준에 도달하면 건강이 만사의 최우선 순위가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금 집을 구하려면 여기에 신경 쓰는 것이 좋다. 굳이 주택 매매로 인한 차익을 얻지 않더라도 건강 환경이 좋은 집에 살면 의료비를 줄일 수 있어 이익이다.
좋은 집의 첫째 조건은 쾌적한 공기다. 주위에 숲과 나무가 우거졌는지를 꼭 살필 필요가 있다. 필자가 잘 아는 대학교수는 지독한 아토피 피부염을 앓고 있는 자녀 때문에 교외로 이사를 갔는데 이사 직후 아이의 병이 나았다. 도심의 공해는 만병의 근원이다.
소음도도 꼭 신경 써야 한다. 소음은 난청, 스트레스, 위장병 등 만병을 유발한다.
그렇다면 교외가 도심보다 좋을 듯하지만 직장에서 승용차로 1시간 이상 걸리는 곳은 피로를 가중시키기 때문에 좋지 않다.
교통은 지하철역 바로 옆보다는 지하철이나 버스 정거장에서 걸어서 10분 정도 걸리는 곳이 좋다. 이 정도면 출퇴근 때 걷는 것이 건강에 도움을 주지만 더 떨어져 있으면 대중교통보다는 승용차를 주로 이용하게 될 가능성이 커진다. 물론 심신의 건강을 위해서 주변 인심, 유해 환경, 병의원의 접근도 등도 당연히 고려해야 할 것이다.
눈을 조금만 돌리면 건강 환경이 뛰어난 좋은 주거지를 얼마든지 찾을수 있다.
이성주기자 stein3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