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은 29일 워싱턴에서 세계 184개국의 재무장관과 중앙은행 총재등이 참석한 가운데 사흘째 회의를 열어 세계 경제 회복과 빈부격차 해소를 위해 공동 노력키로 하고 연차 총회를 폐막했다.
총회 참석자들은 세계 각국의 주가 하락과 라틴아메리카의 경제위기, 미국과 이라크의 전쟁 가능성 등의 악재로 인해 세계 경제의 회복이 늦어지고 있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이들은 또 채무상환을 감당할 수 없는 국가들의 파산 선언 과정과 부채지불조건 완화 협상 등을 원활히 할 수 있는 새로운 부채탕감 프로그램을 IMF가 내년 4월까지 만들도록 하자는 권고안을 승인했다.
호르스트 쾰러 IMF총재와 제임스 울펜손 세계은행 총재는 세계 인구의 15%가 수입의 80%를 차지하는 빈부격차의 심각성을 지적하고 이를 해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울펜손 총재는 "보다 평등한 세계에 대한 추구는 장기적인 평화를 추구하는 것이며 이는 군사력만으로는 결코 성취할 수 없다"고 말했다.
총회 참석자들은 이날 미국의 이라크 공격에 따른 유가 인상 등 부정적인 경제여파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명했다.
유럽중앙은행(ECB)의 빔 두이젠베르크 총재는 지정학적 상황이 유럽경제에 큰 위험부담을 안겨주고 있다며 유가상승은 인플레 압력을 가중시킬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국의 이라크 공격에 반대하는 독일의 한스 아이켈 재무장관은 이라크에 대한 공격계획이 불확실성을 확산시키고 있다면서 경제에 충격을 줄 수 있는 일은 피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한편 하야미 마사루(速水優) 일본은행 총재는 "우리는 자산의 엄격한 평가에 기초해 악성대출 처리를 가속화하겠다"며 은행권의 악성대출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밝히고 "일본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 처했지만 회복 조짐이 있다"고 밝혔다.
세계화에 반대하는 시위대들은 이날도 워싱턴 중심부에서 시위를 벌였으나 경찰과 큰 충돌은 없었다. 경찰은 당초 2만명 정도의 시위대가 몰릴 것으로 예상, 백악관과 IMF 건물 주변의 경계를 크게 강화했으나 실제 시위는 수천명이 참가한 가운데 비교적 평화적으로 이루어졌다.
워싱턴=한기흥특파원 eligiu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