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의 역사적인 평양 방문 생중계 방송을 도쿄 시민들이 지켜보고 있다. - 도쿄로이터뉴시스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 총리를 맞이하는 북한의 의전은 2년 전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평양 방문 때와는 180도 다른 모습이었다.
가장 큰 차이는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이 순안공항에 나오지 않았다는 점이다. 공항영접은 김영남(金永南)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과 김익철(金益喆) 국방위 부위원장이 맡았다. 공항터미널에는 북한국기도, 일본국기도 걸려 있지 않았다.
김 위원장은 2000년 6월에는 김 대통령을 영접하기 위해 직접 공항에 나왔으며 3군 의장대를 함께 사열하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예고도 없이 김 대통령의 차량에 동승하는 ‘깜짝쇼’를 연출, 우리 경호팀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들기도 했다.
이후에도 김 위원장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2000년 7월)과 장쩌민(江澤民) 중국 국가주석의 방북(2001년 9월) 때만 직접 공항에 나왔다.
또 김 대통령 때는 60만명의 인파가 길거리에서 꽃술을 흔들며 환영했지만 고이즈미 총리가 공항에서 백화원 초대소로 이동하는 동안에는 환영인파를 찾기가 어려웠다.
이 때문에 고이즈미 총리와 김 위원장의 첫 대면은 오전 11시경에야 이뤄졌다. 백화원 초대소 로비에 나타난 김 위원장은 미소를 띤 얼굴로 오른손을 내밀었지만 고이즈미 총리는 미소도 보이지 않고 담담한 표정만을 지었다.
북한의 선전활동을 경계하기 위해서는 미소도 보이지 말아야 한다는 일본 의전팀의 충고를 그대로 받아들인 셈이다.
요시다 야스히코(吉田康彦) 오사카경제법과대학 교수는 “과장됨이 없는, 지극히 실무적인 영접을 한 것”이라며 “김영남 상임위원장이 대외적으로는 국가원수라는 점에서 고이즈미 총리보다 격이 높다고 볼 수 있기 때문에 의례는 이것으로 충분하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일본 국민은 “그렇게 쌀쌀맞은 영접은 예상하지 못했다. 의표를 찔렸다”는 반응도 보였다.
북한 조선중앙방송은 17일 오전 6시 정시 뉴스에서 고이즈미 총리의 방북과 관련해 ‘일본국 고이즈미 총리대신의 약력’을 9번째로 보도해 일본측으로부터 지나치게 홀대한다는 불만을 사기도 했다.
도쿄〓이영이특파원 yes202@donga.com
김영식기자 spea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