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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예술]착각 속에 숨겨진 사랑이야기 ´커플게임´

입력 | 2002-09-13 17:49:00


◇커플게임/하야시 마리코 지음 김자경 옮김/300쪽 8500원 중앙M&B

“당신 머리에서는 어쩌면 이렇게 좋은 향기가 나지?”

전업주부인 료코는 6개월 전, 친구의 결혼 피로연에서 다자키를 만났다. 료코는 주변의 시선에 신경쓰지 않고 키스하고 싶다는 다자키의 요구가 이상하게도 너무 당연하게 느껴진다.

료코의 남편 고이치는 출근 전 문득 본 아내의 얼굴이 부쩍 예뻐졌다고 생각한다. ‘아내야 말로 아주 행복한 삶을 살고 있는게 틀림없어. 당연하지. 집 살 때 얻은 은행 융자금도 거의 갚았고, 초등학교 5학년짜리 딸애도 공부를 썩 잘하고…. 난 아내에게 많은 것을 베풀고 있어. 그렇다면 나에게 좀 더 잘해야 하는 거 아냐?’

고이치는 첫사랑 히로코가 이혼했다는 소식을 우연히 접한 뒤 수소문 끝에 전화통화를 하지만, 옛 여자를 달콤하게 떠올렸던 일이 무색할 뿐이었다.

옛 애인으로부터 걸려온 전화를 받은 히로코는 권태감을 느낀다. 남자란 어쩌면 그렇게 자기 착각 속에 사는 건지. “넌 남자들이 좋아할 여자라서 주의해야 한다”고 얘기했던 아버지의 말처럼, 남자들은 히로코에게 끊임없이 접근해왔고 그럴수록 주변의 소녀들과는 더욱 더 멀어져갔다. 직장 상사인 40대 중반의 구사카베 역시 히로코에게 돌진해 온다.

이 소설에서는 착각과 비밀 가운데 숨겨진 12가지 사랑이야기가 릴레이로 이어진다. 평범한 일상이지만 나름대로 각자의 마음에는 ‘또 다른’ 사랑이 가지를 뻗어 나간다. 외재적 애인과 내재적 애인을 함께 둔 모든 주인공들의 일관된 착각은 ‘저 사람에게는 오직 나 뿐’이라는 것. 모든 관계는 엉클어져 있지만, 제멋대로 간결하게 재단하고 구성해버린 뒤 한순간 그냥 믿어버리는 것이다. 경쾌한 ‘터치’로 일본 젊은 여성들에게 큰 인기를 누리고 있는 하야시 마리코의 대표작으로 제 32회 요시카와 에이지 문학상을 수상했다.

조이영기자 lyc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