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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권희의 월가리포트]테러보다 더무서운 거품경제 탐욕-불신

입력 | 2002-09-11 18:14:00


미국 땅 전역에 ‘레퀴엠’이 흐르고 있다. 떠난 사람을 위한 진혼곡이다.

‘9·11 테러’ 1주년인 11일 뉴욕증시는 평소보다 한시간반 늦은 오전 11시경 문을 열었다. 세계무역센터(WTC) 빌딩이 무너진 자리인 ‘그라운드 제로’에서 오전에 추도식이 열렸기 때문이다. 증권거래소에서는 별도로 2분간의 묵념에 이어 조지 파타키 뉴욕주지사, 마이클 블룸버그 뉴욕시장, 루돌프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이 거래시작 종을 울렸다.

1년 전 뉴욕 증시는 ‘주가가 얼마나 더 떨어질지 관심’이던 때였다. 9월11일 아침 월가는 지척에 있는 WTC에 대한 테러공격으로 혼비백산했다. 주가는 물론 폭락했다. 시장의 닫힌 문은 다시 열리지 않을 것 같았다.

그로부터 1년 후. 주가지수는 그릇을 엎어놓은 모양을 그려가고 있다. 테러 충격에서 벗어나려는 주가를 다시 공격한 것은 미국 내부의 적, 거품시대의 탐욕과 기업부패였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비교한 ‘전쟁의 증시 충격’에 따르면 미군이 대응하기까지의 충격기간 중 뉴욕의 S&P500지수를 기준으로 한 주가 하락은 5∼13%였다. 하락폭은 6·25전쟁(12.9%), 이라크의 쿠웨이트 침공(11.1%), 진주만 공격(10.2%)의 순이었다. 전쟁 충격 1년 뒤에는 주가가 15∼36%의 오름세를 나타낸다. 그렇지만 ‘9·11테러’의 주가 움직임은 영 다르다. 충격 직후 하락폭은 7.0%로 낮은 편에 속한다. 그 6개월 후엔 15.0% 상승해 회복세를 보였지만 6개월이 더 지난 지금은 16.7%의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테러 상처보다 미국의 거품경제 시대에 쌓인 탐욕과 불신이 증시에 더 큰 충격을 주고 있다”는 말이 이런 상황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9·11’ 1주년을 하루 앞둔 10일 미국 정부는 테러 경계령을 오렌지 등급(위협이 높은 수준)으로 올렸다. 5등급 중 레드(심각한 상황)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것이다. 뉴욕증시에서 돈을 날리지 않기 위한 경계령이 있다면 지금 몇 등급일까. 10일 주가는 모처럼 사흘째 상승세를 이어갔지만 경계령은 여전히 높은 등급인 것 같다. 월가 9대 증권사가 발표한 종목별 투자의견 중에 매도권고 비율은 4.7%로 1년 전의 1.5%보다 높다. 매수권고는 64%에서 58%로 낮아졌다.koni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