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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이즈미 왜 깜짝 결정]內治인기 추락 외교로 만회

입력 | 2002-08-30 22:39:00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 총리가 전격적으로 방북하기로 한 ‘깜짝 결정’의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외무성 등 일본 정부 내에서는 이달 평양에서 열린 북-일 적십자회담과 외무성 국장급 협의 때만 해도 별다른 진전을 기대하지 않는 분위기였지만 고이즈미 총리가 ‘결단’을 내림으로써 전 세계의 주목을 받게 됐다.

고이즈미 총리가 직접 나서게 된 이유는 일본인 납치 의혹과 일제 식민지 과거청산 문제로 교착상태에 빠져 있는 수교 교섭이 양국 정상의 정치적 담판 없이는 돌파구를 마련하지 못할 것이라는 판단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특히 북한이 지난달 말 브루나이에서 열린 북-일 외상회담을 계기로 유화 자세로 돌아서자 일본 내에서는 차제에 일본인 납치의혹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고이즈미 총리의 방북 결정에 대해 여야를 비롯한 각계가 일단 대환영을 하고 있다. 하지만 일부에선 최근 추락 일로에 있는 내각의 인기를 회복하기 위해 북-일 관계 타개를 지렛대로 삼으려는 것이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같은 맥락에서 북한에 대한 국제 여론이 워낙 좋지 않은 만큼 이번 회담에서 성과를 거두지 못한다 해도 고이즈미 총리로서는 크게 손해볼 것이 없다는 분석도 있다. 그 책임이 북한에 돌아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일본의 한 북-일 관계 전문가는 “고이즈미 총리가 구조개혁을 내걸고 인기를 얻었던 것처럼 대북정책에서 과감한 결정을 보여줌으로써 정치적 입장을 만회하려는 의도도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요미우리신문은 “고이즈미 총리는 북-일 정상회담을 통해 일본인 납치 의혹 등 북-일 관계 현안을 한꺼번에 타개하려고 하겠지만 불투명한 요소가 많아 ‘도박’의 성격이 있다”고 지적했다.

또 미국과 러시아의 한반도 정세 개입이 더욱 활발해지는 상황에서 고이즈미 총리가 한반도에 대한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의도도 깔려 있다는 분석이다.

도쿄〓이영이특파원

yes202@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