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쏘아서 맞지 않으면, 마음가짐과 자세를 다시 살핀다.’
24일 오전 인천 남동구 장수동 인천대공원내 활터(궁도장)인 ‘남수정’.
사대(射臺)에 선 궁인(弓人)들은 마치 ‘침묵 수행’을 하듯 조용히 과녁을 향해 시위를 당겼다. 숲으로 둘러싸여 있는 남수정에는 50여명의 동호인이 보였다.
6∼8명이 한 조를 이뤄 사대에 늘어선 뒤 돌아가며 화살을 쏘았다. 그 때마다 사대에서 145m 떨어진 과녁 부근에 자리잡은 시동 1명이 깃발로 명중 여부를 가려주었다.
시동이 내리고 올리는 깃발 표시에 맞춰 궁인들은 화살 시위의 당김을 조율했다.
“화살을 당길 때는 오로지 가로 2m, 세로 2.66m인 과녁에만 온 정신을 집중하지요. 발과 손끝의 모든 근육 활동이 화살과 일체되는 ‘몰아지경’에 빠지기 때문에 정신적 스트레스를 말끔히 씻어낼 수 있지요.”
전국 최고수인 9단 신궁(神弓) 10명 중 한 명인 심재성씨(52)의 설명이다.
남수정에는 심씨 이외도 5단 이상에게 주어지는 명궁 칭호를 갖고 있는 국궁 동호인이 10명에 이른다.
남수정을 포함한 인천 부천지역에는 10곳의 궁도장이 있는데 이곳에서는 초보자에게 기초교육을 무료로 실시하고 있다.
활과 화살은 1∼2개월 무료로 빌려준다. 사범은 시위를 당길 때 △지세와 풍향을 잘 관찰할 것 △시위를 당길 때 가슴을 비운 채 배에 힘을 줄 것 △항상 예의범절을 지킬 것 등 기초 자세부터 지도해준다.
인천시가 시설 투자를 한 남수정의 운영시간은 매일 오전 6시부터 일몰까지. 기초과정을 마친 뒤 정식 회원으로 가입하려면 가입비 30만원에 월 회비 2만원을 내면 된다.
전국 320개의 궁도장의 운영방식은 거의 비슷하다. 전체 동호인은 1만8000명에 이른다. 대개 40대 이상이나 최근에는 20∼30대 회원도 늘고 있다.
남수정 동호인의 회장격인 사두(射頭) 이계우씨(74)는 “물소뿔 소힘줄 민어부레풀 등으로 만든 활, 화살, 화살통(전통), 궁대, 손각지 등 40만원대 안팎의 기본 장비를 갖추면 언제나 가까운 활터에서 즐길 수 있는 것이 국궁의 장점”이라고 말했다.
인천〓박희제기자 min0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