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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살리기’ 세계정상회의…선진국 외면 ‘빈수레’ 될듯

입력 | 2002-08-08 17:55:00


1992년 세계 117개국 정상들이 브라질의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지구정상회담을 갖고 ‘지구 살리기’에 나선 지 꼬박 10년. 26일부터 9월4일까지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에서는 그 후속으로 ‘지속 가능한 개발에 관한 세계정상회담(WSSD)’이 열린다.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은 8일 그러나 지난 10년 동안 수많은 국제회의와 결의에도 불구하고 지구 환경은 계속 악화되고 있다고 보도하고 지구 생태계 파괴 실태와 환경보호를 위한 국제적 노력의 한계와 문제점을 진단했다.

10년 전 리우 회의에서 이뤄진 논의는 거창했다.

세계 지도자들은 △수질 및 공기오염 등에 따른 환경 파괴 방지 △생태계의 다양성 보전 △지속 가능한 경제 개발 추구 △여성들의 삶의 질 향상과 빈곤 개선 등에 뜻을 함께하고 이를 실천에 옮기기 위한 수많은 조약을 양산했다.

그러나 10년간 지구온난화의 주범인 이산화탄소 방출은 세계적으로 10% 증가했다. 가장 많은 화석연료를 소비하는 미국에서는 18%가 증가했다. 삼림, 어류, 물과 신선한 공기 등 인간에게 반드시 필요한 자원 고갈로 인한 위협은 10년 전보다 더욱 증대했다. 세계 상위 20%를 차지하는 부유층의 에너지 및 자원 소비는 가속화하고 있다.

리우 회의 당시 매년 국내총생산(GDP)의 0.7%를 빈국 지원에 내놓겠다고 했던 선진국들의 약속은 공수표에 그쳤다.

일부 북유럽 국가들과 네덜란드만이 이를 실천에 옮겼으며 선진국들의 국제 지원 기금은 90년대 초 GDP 대비 0.35%에서 0.22%(2000년)로 줄었다. 연간 총생산을 기준으로 1990년대 선진국들의 경제 규모는 모두 10조달러 이상 불었지만 80개 빈국의 1인당 국민소득은 10년 전보다 더 낮아졌다. 세계 12억 인구가 하루 1달러 미만으로 생활하고 있다.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은 올해 초 한 보고서에서 “1990년대 전 세계의 유례 없는 경제 호황을 고려하면 ‘리우 회의 이후’는 실망스러우며 여러 면에서 90년보다 상황이 악화됐다”고 평했다.

프랑스 파리에 본부를 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수석고문 반젤리스 비탈리스는 지구 환경이 악화되고 있는 이유를 세 가지로 요약했다.

먼저 선진국들이 2010년까지 이산화탄소 방출을 줄이는 데 쓰기로 한 돈은 560억달러지만 같은 기간 이들 국가가 화석연료를 개발하는 데 지원한 돈은 570억달러로 10억달러 더 많다. 둘째, 매년 스위스 면적의 4배에 달하는 열대 우림이 사라지고 있는데 열대 우림 훼손의 주범인 삼림업은 세계적으로 매년 350억달러의 국가 지원을 받고 있다. 셋째, 선진국들은 빈국에 대해 연간 537억달러를 지원하는 데 그치고 있지만 자국의 농업 지원을 위해서는 3350억달러를 쓰고 있다.

세계은행 유럽 담당 부사장인 장 프랑수아 리차드는 “현재 환경보호와 관련한 국제조약은 240여개를 헤아린다”며 “이들 조약이 비준된다 하더라도 실행을 담보할 만한 감독기구가 없다”고 지적했다.

헤럴드 트리뷴은 “따라서 이번 요하네스버그 회의에도 별로 기대할 것이 없으며 이 같은 현실을 국제 사회가 직시하는 데 만족해야 할지 모른다”고 지적했다.


김성규기자 kims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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