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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에 2.5㎞ 끌려가다 살아난 곽모씨 “내겐 악몽일뿐”

입력 | 2002-08-04 18:15:00


지난달 22일 택시 밑에 깔린 채 2.5㎞를 끌려가고도 살아남은 곽모씨(27·여·회사원·본보 7월24일자 A31면 보도). 하지만 그 자신과 가족에겐 ‘천운’이라기보다는 다시 기억하기 싫은 악몽일 뿐이다.

현재 고려대 구로병원에 입원 중인 그의 창가 침대 주변에는 선풍기가 3대나 돌아가고 있다.

도로바닥에 끌려가며 입은 등의 상처가 심한데다 마찰열로 화상까지 입고 엎드려 있어야 할 상황이지만 골절된 골반을 고정시키기 위해 바로 누워있다 보니 등쪽 상처가 악화돼 고열에 시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주치의는 “골반이 고정되는 데만 3개월은 걸리고 오른쪽 옆구리, 둔부, 가슴 등에 피부이식수술까지 받아야 하기 때문에 최소 6개월 이상 입원이 필요한 상태”라고 말했다.

사고 당시 충격 때문인지 사고에 대한 그의 기억은 매우 단편적이다. 그가 주변 친지들에게 간헐적으로 전한 말을 종합해보면 그 날 밤 서울 여의도에서 친구들과 칼국수를 먹고 헤어져 집으로 가다 어느 순간 자신이 택시 밑에 깔린 채 끌려가고 있었다는 것.

“한참 끌려가다 힘이 빠져 오른쪽 머리가 바닥에 툭 떨어졌고 두개골이 바닥에 갈리는 느낌이 들면서 ‘이젠 진짜 죽는구나’하고 포기하려 할 때 택시가 횡단보도 앞에 섰고 사람들의 다리를 보고는 ‘살려달라’고 소리를 질렀다.”

곽씨의 언니(30·주부)가 전하는 그의 기억이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곽씨 가족사의 비극이다.

6남매 중 오빠 둘은 모두 산업재해로 장애인이 됐고 병간호 중인 언니도 수 년 전 음주운전자의 차에 치여 7개월이나 입원했다. 6남매 중 4명이 대형사고를 겪은 것.

“시골에 홀로 계신 어머니가 이 사실을 아시면 얼마나 놀라고 마음 상할까 하는 생각에 아직까지 비밀로 하고 있어요. 남들은 대단하다고들 하지만 저희 형제는 기가 막힐 뿐이에요.”

그 말에 기자는 온몸에 붕대를 감고 고통스러워하는 곽씨에게 차마 카메라를 들이대지 못하고 돌아서야 했다.

권재현기자 confett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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