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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山과 사람]시리즈를 마치며…전문가 3人 山上토론

입력 | 2002-08-02 18:23:00

설악산국립공원내 장수대 부근에서 좌담회를 가진 뒤 산림 전문가들이 뛰어난 자연경관을 둘러보고 있다. 왼쪽부터 서울대 윤여창 교수, 김범일 산림청장, 문국현 생명의 숲 가꾸기 국민운동 공동운영위원장 [설악산국립공원〓변영욱기자 cut@donga.com]


《본보는 유엔이 정한 ‘세계 산의 해’를 맞아 1월 1일자부터 7월 27일자까지 총 31회에 걸쳐 21개국의 명산과 숲 등을 심층 취재해 ‘자연이 살아 숨쉬는’ 생생한 현장을 소개했다. 이번 ‘산과 사람’ 시리즈는 산림청과 공동 기획한데다 유한킴벌리의 후원을 받아 내용도 알차 산의 소중함을 깨닫는 계기가 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번 시리즈를 끝내면서 전문가 좌담을 설악산 국립공원내 장수대 계곡에서 갖고 ‘세계 산의 해’ 제정의미와 산의 가치, 한국 산림의 특징 등에 대해 논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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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범일 산림청장〓유엔이 ‘세계 산의 해’를 제정한 것은 산림 훼손에 대해 경각심을 갖고 산의 소중함과 다양한 가치를 느껴보자는 것입니다. 정부는 세계 산의 해 추진위원회를 구성해 활동중이며 식목일인 4월 5일에는 산림헌장을 제정해 발표했습니다. 동아일보가 연초부터 ‘산과 사람’ 특집시리즈를 한 것은 산의 다양한 가치를 깨우쳐준 측면에서 시의적절했습니다.

▽문국현 생명의 숲 가꾸기 국민운동 공동운영위원장〓그렇습니다. 세계에서 확인된 생물 종 수는 150만이나 매년 수많은 종이 사라지고 있습니다. 산과 숲이야말로 생명과 환경의 보고입니다. 과도한 산업화와 도시화로 산이 파괴되는 상황에서 이뤄진 특별기획에 박수를 보냅니다.

▽윤여창 서울대교수〓‘세계 산의 해’를 계기로 이제까지 잘 생각하지 못했던 분야, 무엇보다 산에 의지해 사는 사람들에 대한 배려가 부족했다는 점을 깨닫게 해주었습니다. 산에 사는 사람들은 정치적 경제적으로 어렵지요. 변방에 있는 그들의 어려움을 이해하고 그들의 삶이 산 밑에 사는 우리가 온전하게 지속될 수 있도록 해주고 있다는 점을 알고, 그들과 공존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는 계기를 준 것입니다. 사실 산은 인간 정신세계의 보고입니다. 흔히 무슨 산 정기를 받고 태어났다는 말이 있지요. 저도 칠갑산 정기를 받았다고 어른들은 말합니다.(웃음). 산이 있기에 숲이 잘 보존돼 물질자원과 환경자원이 존재하게 되었습니다. 봄에는 산나물, 여름에는 시원한 물 등을 제공해줍니다. 산제를 지내는 곳이기도 해 결국 산은 정신적, 물질적, 문화적 가치를 고루 갖추고 있습니다.

▽김 청장〓맑은 물, 깨끗한 공기, 토양 정화 등 산이 갖는 환경 가치는 엄청납니다. 숲이 갖고 있는 물은 180억t으로 소양강댐 저수량의 10배입니다. 목재 공급처일 뿐만 아니라 휴양 및 교육공간이자 삶의 터전이 아닙니까. 특히 산악국가인 한국에 있어서 산은 민족문화의 터전입니다.

▽문 위원장〓중국은 황사 때문에 봄철에 20∼30일 정도는 얼굴을 망사 같은 걸로 가리고 다녀야 할 정도가 되자 식량 생산을 위해 만들었던 경작지를 숲으로 되돌리는 ‘퇴경환림(退耕還林)’ 정책을 쓰게 됐습니다. 국토의 16%인 숲을 50년 뒤에 25%로 늘리겠다는 것입니다. 우리 국토의 65%에 이르는 소중한 산을 더 잘 지키고 키워 건강하고 아름답고 국제경쟁력이 있는 산을 만들어야 합니다. 산림의 가치 중 목재가 3∼4조원이라면 문화 환경 휴양 교육 등 여타 가치는 60조원이라 합니다. 80∼90%의 미활용 잠재력을 살려내려면 산림 관련 예산을 늘려 예산 총액의 1%는 확보해야 합니댜.

▽윤 교수〓그동안 산에 사는 사람이나 숲을 지키는 사람들, 즉 산주나 산간 주민, 임업인에 대해 소홀히 해온 점을 반성해야 합니다. 그들이 사회에 편익을 제공하는 만큼 그들에 대한 사회적 배려는 반드시 필요합니다. 또 나아가 북한의 산이 잘 지켜질 수 있도록 재조림과 복원에 대해서도 국민 모두가 신경을 써야 될 때가 됐다고 생각합니다.

▽김 청장〓한국의 숲은 수령 30년 미만의 나무가 73%나 되는 ‘어린 숲’입니다. 이대로 놔두면 가치 없는 숲이 되고 맙니다. 예산을 과감하게 투자해야 합니다. 산림경영 측면에서 볼 때 투자회수기간은 50년인데 아직 30년 밖에 안된 상태입니다. 그러나 한국인은 인내심이 부족해 추가투자를 소홀히 하는데 자칫 한탄할 일이 생길 것입니다.

▽문 위원장〓국민이 숲에 무관심한 것은 도시에 숲이 없어 숲의 생리를 모르기 때문입니다. 산림청이 ‘도시 숲 가꾸기 운동’ 같은 캠페인을 벌인다면 산 가꾸기에 대한 생각도 변화가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또 산 전문인력 10만명, 산촌에서 농업 입업 축산을 겸하며 살 30만명, 관광 서비스 휴양 등에 종사할 10만명 등 총 50만명 정도는 산으로 불러 들여야 합니다. 도시에서는 사회 지도자와 여성 학생 등을 대상으로 한 산림 교육이 필요합니다.

▽윤 교수〓한국의 산림정책은 보호정책 위주로 계속되다 1980년대에서 1990년대 초까지 잠시 경제정책 위주로 재편되는 조짐을 보였고 90년대 중반 이후 다시 보존정책 중심으로 선회했습니다. 정책 못지않게 관리 조직도 혼란 상태입니다. 국립공원은 보존을 주목적으로 하고 산림청은 이용과 보전을 동시에 추구하는 차이는 있습니다만 공통 대상을 갖고 있어 국민적 합의가 있다면 산림청 안에 국립공원관리공단을 두는 것이 행정의 효율적인 측면에서 낫다고 생각합니다.

▽문 위원장〓산은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데 도움을 주는 엄청난 가치를 갖고 있습니다. 외국처럼 ‘자연자원부’ 같은 행정조직을 만들어 관리하면 부처간 갈등이 해결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김 청장〓조직개편은 어렵고 예민한 문제입니다. 현재 산 관리가 환경부 농림부 건설교통부 산림청 국립공원관리공단 등으로 나뉘어 있는데 효율적 관리방안 등에 관해 활발히 논의하고 있습니다. 충분히 발전적인 의견이 모아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윤 교수〓그렇습니다. 산 문제에는 당연히 하천이 따라 옵니다. 물의 시작이 산이니까요. 물 산 숲 갯펄 등 토지 위에 있는 자연자원을 통합적으로 보는 시각과 정책이 필요합니다. 자연자원부를 만들면 부처간 갈등이 없어질 수 있고 자원을 종합적으로 균형있게 발전시킬 수 있어 장기적으로는 자연자원을 통합 관리하는 행정조직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학문 영역도 과거 세분화됐다가 요즘에는 통합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사회 문제도 분야별로 해결하면 안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김 청장〓한국은 국토가 좁고 인구가 과밀해 산지 개발은 부득이한 면이 있습니다. 다만 산림을 다른 용도로 바꾸는 것은 최소화하고, 환경친화적으로 엄격히 관리할 것입니다. 재정난을 겪는 지방자치단체가 난개발을 허용하지 못하게 ‘산지전용위원회’를 설치하도록 관련법을 곧 개정할 것입니다.

▽문 위원장〓북한도 360억평의 농지 가운데 13% 정도인 48억평을 다시 산지로 만든다고 합니다. 우리도 산지 개발보다 천수답 등 한계 농지를 숲으로 만들거나 도시민 휴양시설 등으로 전환해 도시 팽창을 막고 소득도 올리는 방안이 필요합니다. 산지 이용은 공익을 위한 공영개발 방식으로 해야 합니다.

▽윤 교수〓‘도시용지’보다 농지가, 농지보다 임야가 싸기 때문에 산지를 우선 개발하려는 것입니다. 국가도 시가만 따져 산지를 이용하려 하지 말고 도시의 쓸모없는 지역을 재개발하는 것이 더 가치 있을 것입니다. 또 산지 개발시 목재값만 보상하지 말고 공익적 가치에 대한 보상도 할 경우 산지가 무분별하게 개발되는 것을 억제할 수 있을 것입니다.

▽문 위원장〓한국의 산은 사유림이 70%에 이릅니다. 이 비율을 낮추도록 국가가 예산을 들여 먼저 국립공원내 사유림 주인에게 보상을 해주고 국유림으로 만들어야 합니다.

▽김 청장〓사실 아무리 산을 잘 관리 해도 한번 산불이 나면 30년, 50년에 걸친 노력이 물거품이 됩니다. 미국에서는 요즘 10개주에서 대형 산불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숲이 자라면서 산불도 대형화되고 있어 산불예방에 대한 관심이 무엇보다 필요합니다.

▽윤 교수〓건강할 때 몸을 단련하고 건강을 유지해야 하듯 숲이 잘 보존되고 있을 때 산림을 가꾸고, 숲을 가꾸는 산지기와 독림가 입업인 등을 잘 대해 주어야 합니다. 산림 선진국에서는 전문적인 지식을 갖춘 산림관을 의사나 교수와 마찬가지로 우대합니다.

▽김 청장〓독일에서는 산림관이 신랑 후보 1순위라고 합니다. 우리도 그럴 때가 빨리 와야겠지요.

정리〓조헌주기자 hansc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