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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가 블랙박스]충무로 "주연급 여배우 부족해요"

입력 | 2002-07-29 17:46:00


20년 넘게 웬만한 한국 영화의 남자 주인공을 다 해본 안성기는 당대 톱클래스 여배우들과 모두 공연을 해보는 행운(?)을 누렸다. 장미희 정윤희 유지인 등 왕년의 여배우 트로이카는 물론이고 이미숙 김보연 이보희 이혜영 황신혜 나영희 강수연 심혜진 김혜수 심은하 등 영화계를 주름잡던 여배우들과 작품을 같이 했다. 몇 년 전에는 나이로 따지면 딸 뻘인 하지원과 ‘진실 게임’을 찍었고 20년의 나이 차가 나는 이미연과 ‘흑수선’을 찍더니 요즘은 최지우와 ‘피아노를 치는 대통령’이라는 영화를 촬영하고 있다.

최고 개런티를 받는 한석규도 내로라하는 여배우들을 상대역으로 맞이했었다. 김혜수 심혜진 이미연 전도연 심은하 김윤진 고소영 등 까다롭기로 소문난 여배우들이었지만 상대 배우가 한석규라는 이유만으로 아무 말 없이 계약서에 사인을 했다고 한다.

최근 한국 영화의 활황에 힘입어 남자 주연 배우들이 많이 탄생했지만 여배우 숫자는 상대적으로 적어 영화계에 남초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남자 배우들은 ‘메이저리그’ 터줏대감인 안성기 박중훈 한석규가 있고 ‘국가대표급 연기파 배우’인 유오성 조재현 설경구 송강호 박신양 이성재 등이 가세했다. 미남스타 이병헌 장동건 정우성 이정재도 연기에 물이 올랐고 신흥 세력인 김승우 정준호 차승원 차태현 원빈 류승범 등이 승수를 쌓고 있는 가운데 ‘드래프트 0순위’인 배용준까지 도전장을 내민 상태다. 마구를 자랑하는 최민수의 카리스마가 아직도 건재한데다가 주진모 유지태 신하균 송승헌 등도 빅 리거 반열에 올랐다.

대략 어림잡아도 20명이 넘는 남자 배우가 영화판을 뛰어다니고 있는데다 조인성 장혁 김재원 고수 지성 등 신인들까지 가세하면 남자 주인공 선발 투수진은 대부분 에이스들로 채워진다.

문제는 여배우의 절대 부족이다. 주장격인 강수연과 심혜진의 결장은 코치로 전환이라도 한 듯 길어지고 있고 홈런왕 심은하의 갑작스런 은퇴는 관중들의 영화계 환불 소동을 빚고 있다. ‘슬러거’인 이미연만 꾸준히 타석에 들어서고 있을 뿐 홈런 타자 이영애는 홈런성 타구였던 ‘봄날은 간다’가 펜스를 맞고 떨어지며 2루타에 그친 후 좀처럼 타석에 들어서지 않고 있다. 교타자 최진실은 결혼과 출산으로 부상을 염려한 나머지 실내 경기만 뛰고 있다. 안타제조기 김희선도 ‘와니와 준하’가 땅볼 아웃된 후 야구 방망이를 손에 잡지 않고 있다.

물론 간판타자 고소영이 ‘이중간첩’으로 오랜만에 담장을 넘길 태세고 김혜수가 ‘YMCA’ 로 싹쓸이 안타를 칠 기세긴 하지만 신인왕 전지현이 아직 배트를 고르지 못했고, 이요원 이은주 김민희 손예진 등 빅 리그에 갓 올라온 선수들이 아직 타점을 뽑아내지 못하고 있으며 타점왕 전도연은 월드컵 열기 때문인지 느닷없이 다른 종목(드라마)에 출전하겠다고 선언을 했다.

이성재와 송승헌 주연의 영화 ‘빙우’는 아직도 여주인공을 못 구해 반쪽 촬영을 시작했고, 상당수의 영화가 여배우를 구하지 못해 마이너 리그에서 유망주를 찾고 있다. 쓸만한 재목들을 잘 골라 오던가, 벤치에서 쉬고 있는 여배우들을 달려 나오게 할만한 좋은 작품을 준비하든가 해야지 아니면 영화계의 남초 현상은 더 심해질 것 같다.

김영찬 시나리오 작가 nkjaka@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