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스 히딩크. 모두가 불가능한 것으로만 여겼던 한국축구의 ‘신화’를 이룩하는 순간 그의 눈은 출렁이며 환호하는 한국 국민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히딩크 감독 특유의 팔을 휘돌리는 동작으로 1년반의 회한을 털어 냈다.
이날의 승리는 연장전이 시작되면서 이미 예고됐다. 히딩크 감독은 전후반 90분 혈투가 끝나고 그라운드에 앉아 연장전을 기다리는 선수들을 하나씩 하나씩 깊은 포옹과 어루만짐으로 보듬었다. 그리고 이겼다.
히딩크 감독은 경기가 끝난 뒤 “우리의 꿈은 계속된다”고 말문을 열었다. 다음은 일문일답.
-경기를 평가한다면….
“우리가 오늘 새로운 기록을 세웠기 때문에 우리의 꿈은 계속된다. 선수들에게 너무 감사하고 또 행복하다. 또 이탈리아와 같이 경험이 많은 팀과 맞서 싸워 당당히 이겨 너무 기쁘다. 또 한국 국민이 그토록 원하는 것을 이뤄내 기쁨이 더욱 크다.”
-전반전에 다소 주춤하게 시작했는데….
“이탈리아와 같이 경험 많은 팀을 상대로 얻어낸 페널티킥을 실축한 것이 전반전을 어렵게 만든 원인이다. 오늘 경기는 예상했던 대로 아주 거친 경기였다. 우리는 세계에서 가장 강한 팀을 상대로 경기를 했고 이탈리아 선수들은 매우 영리하고 또 위험스러웠다. 하지만 전반전을 주춤한 이후 한국 선수들이 끝까지 경기를 주도하면서 골을 얻어내 이길 수 있었다.”
-이탈리아와 같은 팀을 상대로 역전승을 거두는 것이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했는가.
“두 달 전에는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3월부터 거의 매일 전술 훈련에 매달렸고 선수들에게 격렬한 ‘투쟁심’을 갖도록 신념을 줬다. 선수들은 불과 몇 주 동안 전술적으로 많은 것을 배웠고 그건 믿기 어려울 정도였다.”
-수훈 선수를 꼽는다면….
“내가 선수들에게 칭찬해주고 싶은 것은 짧은 기간에 선수들이 너무도 많은 것을 충실히 배웠다는 것이다. 가장 잘 뛴 선수는 없다. 오늘 출전한 모든 선수와 벤치에 앉아 있던 모든 선수가 다 베스트 플레이어다.”
-스페인과의 8강전 대비책은 무엇인가.
“오늘밤에는 아무런 생각을 하지 않고 즐길 것이고 내일부터 스페인에 대비한 훈련에 들어갈 것이다. 스페인은 우리보다 이틀을 더 쉬었기 때문에 유리하다. 하지만 나는 이런 것을 즐긴다. 왜냐하면 스페인은 늘 내 마음속에 있고 나는 내가 레알 마드리드에 있을 때 내가 도왔던 선수들을 상대로 경기하는 것을 매우 좋아한다.”
-이번 월드컵에서 어느 정도까지 성적을 낼 것으로 기대하는가.
“(웃으며) 당신이 말해 보라. 우리는 경기를 계속 즐기면서 플레이를 할 것이다.”
-지금 거리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나와 있는지 상상할 수 있나.
“모르겠다. 하지만 그렇게 평화로운 방법으로 축하를 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고, 나는 그런 걸 보는 게 너무 좋다.”
대전〓이훈기자 dreamlan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