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역사적인 월드컵 첫 승을 거둔 4일, 부산뿐 아니라 광주에서도 ‘홈경기’ 하나가 열렸다. 코스타리카와 C조 예선 첫 경기를 펼친 중국이 바로 또 다른 ‘홈팀’이었다.
사상 처음으로 월드컵 본선에 오른 중국팀을 응원하기 위해 한국에 온 1만여명의 중국 응원단 ‘추미(球迷·축구 마니아)’들은 이날 오전부터 경기장 주변을 붉은 색깔로 물들였다.
얼굴에 오성기를 그린 중국인들은 서너명에서 수십명씩 짝을 지어 대형 중국 깃발을 들고 경기장 주변을 돌며 ‘중궈 자유!(中國 加油·중국 파이팅)’를 연호했다. 경기장 주변간이 무대에서는 중국에서 건너온 여가수가 간드러지는 목소리로 중국 민요를 열창했다. 미리 준비한 붓과 먹으로 중국팀의 선전을 기원하는 휘호를 쓰는 중국인도 있었다.
경기가 시작되면서 추미들의 응원은 절정에 달했다. 메가폰을 어깨에 둘러 멘 리더의 지휘에 따라 박수를 치고 함성을 지르면서 중국 선수들을 응원했다. 이날 경기장에 내걸린 중국 현수막만 50여개에다 관중석 3∼4개 블록을 뒤덮은 대형 오성기까지 등장했다.
그러나 이같은 열성적인 응원에도 불구하고 중국 선수들의 몸놀림은 신통치 않았다. 본선 첫 출전이라는 부담감이 컸던 탓인지 몸이 전체적으로 무거웠고 코스타리카에 선제골을 내준 뒤에는 투지마저 잃어버린 듯 실망스런 플레이를 펼쳤다.
선수들에게 힘을 주겠다는 일념으로 바다건너 이국땅까지 찾아온 중국 응원단으로서는 힘이 빠질 만한 상황이었지만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릴 때까지 ‘쭝궈 자요우!’라는 함성은 그치지 않았다. 중국 응원단은 0-2로 완패한 뒤 고개를 떨구고 경기장을 빠져나가던 중국 선수들에게 우레와 같은 박수를 보냈다.
경기 결과에 관계없이 중국 응원단이 이날 보여준 모습은 아름다웠다. 축구팬이 경기장을 찾는 이유는 응원하는 팀이 승리하는 것을 보기위해서만은 아니다. 목이 터져라 소리를 지르고 땀을 흘리면서 선수들과 함께 호흡하기 위한 것이기 때문이다.
대부분 전문가들이 예상하듯이 중국은 이번 월드컵에서 1승도 거두지 못할 가능성이 높고 어쩌면 한 골도 기록하지 못할 수도 있다. 하지만 중국에겐 승패에 관계없이 축구를 즐길 줄 아는 응원단이 있고, 수천만명의 축구 꿈나무가 하루가 다르게 커가고 있다. 한국이 월드컵 본선에서 첫승을 올리는데는 48년이 걸렸지만 중국은 그보다 훨씬 짧은 기간에, 더 빛나는 성과를 거둘 것이라고 많은 전문가들은 예상하고 있다.
광주〓이 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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