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獨 자유대 개트겐스 총장 “대학도 세계화 통해 경쟁력 키워˝

입력 | 2002-06-05 18:45:00


“상아탑의 전통과 권위를 지키면서 교수와 학생의 경쟁력을 극대화하는 것이 일류대학으로 가는 지름길입니다.”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초청으로 월드컵 개막식에 참석하기 위해 지난달 30일 방한한 독일 베를린 자유대 페터 개트겐스 총장(64·사진)은 “일류대학으로 발전하려면 대학 구성원간의 신뢰를 회복하고 ‘진리탐구’와 ‘사회계도’라는 상아탑의 본령에 충실해야 한다”며 이렇게 강조했다.

개트겐스 총장은 전 세계를 돌며 대학 기부금 유치와 대학간 교류에 앞장서는 ‘세일즈 총장’이자 상아탑의 전통과 권위를 강조하는 ‘보수 총장’으로 알려져 있다.

“대학의 전통과 권위는 구성원간의 신뢰를 바탕으로 형성됩니다. 학내 민주주의는 교수 학생 등 학내 구성원이 모두 한표씩 행사하는 다수결의 원칙을 뜻하는 것은 아닙니다. 세계적 기업들이 전문지식이 없거나 훈련받지 않은 구성원들에게 의사 결정을 맡기지는 않습니다. 대학도 마찬가지죠.”

개트겐스 총장은 “교육은 때로는 민주주의와 배치될 수도 있다”며 “민주적 다수결로는 대학을 움직일 수 없으며 ‘교수와 학생이 동등할 수 없다’는 원칙을 학생들에게 분명히 알리는 게 교육자의 본분”이라고 강조했다.

교육자가 민주주의라는 이름으로 대중에 영합하는 것은 유권자의 표를 의식한 정치인의 논리에 불과하며 교육자의 본분에도 어긋난다는 것이 그의 지론.

그는 “교수 업적평가와 학생능력 평가는 차별화된 교육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며 “교수들은 학생들이 ‘비판적인 청중’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학문에 정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폐쇄적인 북한도 월드컵을 중계하는 ‘글로벌 사회’에서 집에만 틀어 박혀 독일어로 된 고전만 읽는 학생은 더 이상 경쟁력이 없습니다.”

개트겐스 총장은 “대학도 세계화를 피할 수 없다”며 “다국적 기업의 세계 경제네트워크에 종속되는 부작용도 우려되지만 다양한 문화와 사고방식을 교류할 수 있는 기회라는 긍정적인 면도 크다”고 말했다.

그는 “첨단 정보통신기술과 한국의 미가 어우러진 월드컵 개막식을 보고 한국의 저력을느꼈다”며 “우리 학생들이 직접 지켜봤으면 다양한 문화 체험과 안목을 넓히는 데 도움이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개트겐스 총장은 3일 숭실대에서 학술교류협정 체결과 특별강연을 한 데 이어 5일 서울대에서 ‘독일 대학교육의 현주소와 과제’를 주제로 강연한다.

베를린 자유대는 1948년 동베를린에 설립됐으며 1968년 유럽 학생혁명 당시 최선봉에 설 정도로 진보적인 대학이다.

박 용기자 par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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