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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마당]서정선/청와대 ´가족관리시스템´ 바꿔라

입력 | 2002-05-10 18:25:00


대통령의 셋째 아들 김홍걸씨와 그의 친구 최규선씨를 둘러싼 비리문제가 판도라의 상자처럼 매일 새로운 사실들을 쏟아내면서 온 국민이 이 일에 관심을 집중하고 있다.

거의 매일 새로운 일들이 폭로됨으로써 일반 국민은 마치 연속사극의 다음 회분을 가슴 졸이며 기다리는 심정으로 사건 진행을 눈여겨보고 있다.

이 과정에서 한편으로 언론은 새로운 사실들을 드러내고 다른 한편에선 청와대가 이에 대해 반박 자료를 발표하고 있다.

그러나 사건의 내용도 중요하지만 그에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은 이번 사건을 다루는 청와대의 운영시스템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점이다. 모두가 알다시피 우리나라는 대통령 중심제이고 대통령의 일거수일투족은 국내외적으로 큰 영향을 미치므로 대통령이 실수를 저지르지 않도록 하기 위해 선별된 자질있는 인원으로 만들어진 것이 청와대의 비서실이다.

다시 말해 청와대의 비서실은 국가의 운명을 좌우하는 대통령직을 지키기 위해 있는 것이다. 개인으로서의 대통령을 보호하기 위한 기능은 극히 미미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의 청와대시스템은 그저 개인으로서의 김대중 대통령과 그의 가족 보호가 마치 지상과제인 것처럼 생각하고 있다. 바로 그런 근시안적인 시스템 운영상의 문제점이 최근 대통령의 가족문제를 더욱 꼬이게 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과정에서 나타난 청와대의 준비 부족도 문제다.

이를테면 한 달 전쯤 언론에서 홍걸씨가 100만달러 가까이 되는 저택에 살고 매달 1억원에 가까운 생활비를 쓴다고 하는 내용이 보도되자 청와대 대변인실은 홍걸씨가 미국대학 부설 연구소의 연구원으로 재직하고 있고 그 수입으로 생활비를 대고 있으므로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미국에 유학 가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대학 연구소의 연구원 수입은 유학생이 그저 입에 풀칠할 정도로 낮은 수준이라는 것을 다 알고 있다. 따라서 과연 청와대 대변인실은 미국 대학 부설연구소의 연구원들이 보수를 얼마 받는지 조사를 해보고 그렇게 발표했는지 궁금하다.

더욱 가관인 것은 홍걸씨의 연구원 계약이 종료되었다고 미국 대학 측이 발표하자 청와대측이 이제는 홍걸씨가 현재 연구소의 무급연구원으로 근무하고 있다고 둘러댔다.

그러나 미국 대학에는 무급연구원, 다시 말해 자원봉사 연구원 제도는 없다. 이와 같이 조금만 조사해보면 뻔히 알 수 있는 사실도 전혀 준비없이 발표함으로써, 결국 대통령의 아들을 실질적인 미국의 불법체류자 처지로 만드는 어리석은 일을 청와대가 나서서 한 꼴이다.

청와대의 시스템을 대폭 수정해 개인으로서 대통령의 문제를 취급하는 청와대 내의 인원은 극소수로 한정하고 나머지는 이로부터 자유로워야 한다.

그렇게 함으로써 대통령 중심제인 우리나라의 대통령직 자체는 어떤 경우가 오더라도 전혀 흔들림 없이 수행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서정선 명지대 투자정보대학 겸임교수·경제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