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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개발 현장의 늘푸른 쉼터로…”

입력 | 2002-03-31 18:14:00


31일 오후 2시 경기 용인시 수지읍 죽전리 산내들 현대아파트 뒤편 대지산 기슭.

죽전리 주민들과 환경정의시민연대, 한국토지공사 용인택지사업본부, 인근 대지중학교 학생 등 300여명이 모여 ‘대지산 자연공원 조성을 위한 나무심기’ 행사를 가졌다.

이날 행사는 지난해 5월 환경단체 간부가 ‘나무 위 시위’를 벌이며 지켜낸 경기 용인시 대지산 8만5000여평에 시민자연공원을 조성하기 위해 첫 단계로 행해진 것이다. 당초 이 지역은 토지공사가 시행하는 죽전택지개발지구에 포함됐다가 제외됐다.

이곳에 시민자연공원이 조성되면 주민과 환경단체가 힘을 합쳐 펼친 국내 첫 내셔널트러스트 운동으로 평가되는 ‘대지산 살리기 운동’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는 것이다.

이날 주민과 학생들은 가족 명패가 달린 왕벚꽃나무와 목련 등 100여 그루의 나무를 미리 준비한 삽으로 구덩이를 파내고 퇴비를 깐 뒤 한 그루씩 정성껏 심었다.

죽전지역 주민들로 구성된 단체인 ‘대지산 가꿈이’ 소속 문옥순씨(52·여·산내들 현대아파트)는 “난개발 현장인 죽전지역에서 녹지가 보전된 곳은 이곳이 유일하다”며 “집안 정원처럼 가꿔서 죽전지역 주민들의 좋은 휴식처가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택지개발지구인 인근지역은 산림 등이 모두 깎여나가고 파헤쳐진 채 공사중인 트럭과 굴착기 등이 굉음을 내고 있었지만 이날의 나무심기 행사는 더없이 평화로운 축제의 현장이었다.

▽공원조성 사업〓지난해 5월 녹지보전결정 이후 환경정의시민연대와 토공 관계자, 전문가 등 5명으로 구성된 ‘실행위원회’는 대지산의 식생 및 조류, 파충류 등의 조사를 한 뒤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했다.

이날 시작한 공원조성 사업은 죽전지구가 완료되는 2004년 말까지 3년간 계속되며 주민과 시민단체 등이 참여하는 ‘대지산 자연공원 조성을 위한 모니터링 위원회’가 꾸려져 공원이 완성될 때까지 주민 의견을 반영하게 된다.

건국대 김재현(金才賢·산림환경과학과) 교수는 “국내 처음으로 시민 의견이 반영된 자연공원이 조성되는 셈”이라며 “주민들의 높은 관심과 참여가 더욱 훌륭한 시민공원을 만들어 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나무 위 시위’〓대지산은 해발 380m의 산으로 주말이면 2000여명의 주민이 찾는 곳으로 토지공사가 개발하는 죽전지구(면적 108만평, 5만5000명 수용 규모)의 한가운데에 위치해 있다.

‘나무 위 시위’는 환경정의 시민연대 박용신 정책부장(35)이 지난해 4월29일부터 12일간 대지산 상수리나무 위에서 천막을 치고 벌인 농성으로 미국 여성환경운동가 줄리아 버터플라이 힐의 나무 위 시위를 본뜬 것이다. 대지산 보전에 결정적 계기가 됐다.

용인〓남경현기자 bibulu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