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석동씨(53·자영업)는 종합주가지수가 800을 넘어서자 채권형 수익증권을 환매해 3억원을 찾았다. 금리가 올라 채권형 수익증권의 수익률은 떨어졌지만 지난해 9월부터 오르기 시작한 주가지수는 마냥 더 오를 기세였기 때문이다.
김씨는 투신사 직원과 상담한 뒤 1억원을 주식형 인덱스펀드에 투자했다. 2억원은 증시의 추이를 더 지켜본 뒤 투자하려고 일단 머니마켓펀드(MMF)에 예치했다. 27일 주가지수가 900까지 올라 인덱스펀드에 투자한 1억원은 12.5%의 수익을 올린 셈이다.
▼글 싣는 순서▼
- ROE혁명 주가상승 이끈다
기업의 자기자본이익률(ROE)이 채권 수익률과 예금 금리를 웃돌면서 채권과 예금에서 주식으로 투자 대상을 바꾸는 기관과 개인이 늘어나고 있다. 높은 수익률이 증시로 돈을 끌어들이고 풍부한 자금이 주가를 끌어올리는 ‘선순환’이 시작되고 있는 것이다.
▽투신과 증권〓증시 주변의 주식 매수자금(주식형+혼합형 수익증권+고객예탁금)은 지난달 29일을 기점으로 채권 매수자금(장기+단기 채권형 수익증권)을 넘어섰다.
60% 이상을 주식에 투자하는 주식형 수익증권 잔고가 26일 7조9913억원까지 올라 8조원에 다가섰다. 증권사에 맡겨진 고객예탁금도 12조원 이상을 유지하고 있다.
한국투신증권의 개인투자자들은 올 들어 채권형 수익증권에서 4100억원을 회수했다. 대신 주식형과 주식 혼합형 수익증권에는 6689억원의 개인 자금이 새로 들어왔다.
노영이 대한투신증권 영업부 과장은 “채권형 펀드의 6개월 수익률이 평균 1%대로 떨어지면서 채권형 펀드에 넣었던 자금을 주식형 펀드로 돌릴 수 있겠느냐는 문의전화가 많고 김씨처럼 실제로 주식형으로 전환하는 고객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은행과 보험〓외환은행의 경우 지난 한 해 동안 주식형 신탁에 175억원이 들어왔지만 올 들어서는 27일까지만 590억원이 유입됐다. 반면 채권에 90% 이상을 투자하는 세이프알파신탁은 지난해 3280억원이 팔렸지만 올해는 판매가 중단된 상태다. 하나은행이 고객 자금을 투자자문사에 맡겨 주식에 100% 투자하는 마이초이스신탁에도 27일까지 1084억원이 예치됐다.
보험사인 삼성화재도 최근 주식 투자비중을 늘렸다. 2월 말 투자자금은 8조7000억원인데 이중 주식 투자비중은 지난해 말보다 1.5%포인트 늘어난 12%다.
▽배당수익률이 증시 바꾼다〓‘ROE 혁명’으로 주식 배당수익률이 은행의 예금 이자율보다 높으면 주식 보유 비중이 20%까지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2000년 말 현재 개인이 보유하고 있는 금융자산 가운데 주식은 8.9%에 불과했다.
증권거래소에 따르면 12월 결산 상장법인의 2001회계연도 평균 배당률(주식 시가 기준)은 4.4%. 이중 정기예금 평균 금리를 웃도는 5% 이상을 배당한 회사는 102개사였다. 올해 기업 실적이 대폭 증가하면 배당수익률은 더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황영기 삼성증권 사장은 “기업이 이익을 많이 내 미국처럼 해마다 많은 배당금이 들어오는 주식통장이 예금통장보다 좋은 선물이 되면 증시가 더욱 튼튼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신석호기자 kyle@donga.com 이나연기자larosa@donga.com
2001년 배당률 상위사 (단위:%)종목액면배당률종목시가배당률SK텔레콤138.00신대양제지17.24S-Oil75.00미래와사람11.60금강고려화학60.00동일방직10.29동일방직50.00LG상사10.18일신방직50.00대상사료10.00LG애드50.00대원강업9.59포항종합제철50.00대한도시가스9.50신도리코45.00희성전선9.30인지컨트롤스40.00남성8.89삼성SDI40.00동국제강8.58한국전지초자40.00원림8.55한국단자공업40.00SK가스8.50삼성전자40.00S-Oil8.48율촌화학35.00경남에너지8.44신흥35.00대한전선8.30자료:증권거래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