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바지에 접어든 차정일(車正一) 특별검사팀의 수사가 이용호(李容湖)씨 핵심 공범들의 잇따른 검거로 다시 활기를 띠고 있다.
4일 밤 특검팀에 붙잡힌 전 레이디가구 이사 정상교씨(40)는 이씨의 비자금 수백억원을 관리해온 것으로 알려진 인물. 정씨는 2000년 3월 자신의 레이디가구 지분 37%를 이씨에게 판 뒤 다시 되사는 과정에서 40억원을 빼돌리려 했으며 이씨가 레이디가구를 인수한 뒤인 같은 해 8월에는 회사자금 96억여원을 횡령, 잠적했다.
특검팀은 정씨가 횡령한 돈을 비자금으로 관리하며 이씨의 삼애인더스 해외 전환사채(CB) 발행 및 주가조작이 순조롭게 진행되도록 정관계 로비활동을 벌이는 ‘자금줄’ 역할을 했다고 보고 있다.
이씨의 주가조작 시세차익 256억원 가운데 행방이 묘연한 100여억원 역시 정씨의 관리 아래 사용됐을 가능성이 크다는 게 특검팀의 견해다. 특검팀이 정씨가 관리한 돈의 규모와 사용처 파악에 주력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이씨의 동서이자 이씨 계열사인 KEP전자 전 이사 김모씨(37)의 검거도 이씨의 로비 실체를 밝히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특검팀은 기대하고 있다. 김씨는 99년 5월 이씨가 KEP전자의 회사 돈 16억여원을 횡령해 주식투자에 사용하는 데 계좌를 빌려줬으며 같은 해 10월 KEP전자의 수십억원대 분식회계를 주도한 뒤 세무당국에 적발되고도 특별세무조사를 피하는 과정에서 로비를 벌였다는 의혹을 받아왔다.
지난해 11월 이수동(李守東) 전 아태평화재단 상임이사에게 대검 수사상황을 미리 알려준 검찰 간부에 대한 수사와 이용호씨의 금융감독원 조사무마 로비 실체 규명도 특검팀의 남은 과제.
그러나 특검팀의 수사는 2차 수사기간이 끝나는 10일을 기점으로 사실상 마무리 수순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수사기간 연장을 통해 25일까지 수사가 가능하지만 이 기간에는 수사보고서 작성과 보강수사에 전력해야 하기 때문이다.남은 수사 과정에서 이용호씨의 정관계 로비 실체나 또 다른 의혹이 밝혀질 가능성 또한 여전히 남아 있다. 특검팀의 총력전은 이 ‘마지막 불씨’를 살리기 위한 것이다.
이상록기자 myzoda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