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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하이닉스채권단, 3조8000억 부채탕감 이견

입력 | 2002-02-14 16:50:00



하이닉스반도체와 마이크론테크놀로지가 반도체부문 매각가격에는 합의했지만 협상이 마무리되려면 앞으로 넘어야 할 산은 너무도 많다.

당장 마이크론이 요구하는 부채탕감 방안에 대해 채권단의 반응이 크게 엇갈린다. 일부 은행권은 긍정적이지만 투신사 등 무담보 채권자들은 “들어주기 곤란하다”고 말한다. 또 채권단이 매각대금을 모두 챙길 경우 소액주주들의 반발이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채권단끼리 매각대금을 분배하는 작업에도 진통이 뒤따를 전망.

박종섭(朴宗燮) 하이닉스 사장은 14일 “채권단이 매각대금 회수에만 신경을 쓴다면 협상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부채탕감 및 신규지원〓하이닉스의 총부채는 약 9조6000억원(해외부채 포함). 메모리 매각대금으로 40억달러를 받고 잔존법인에 6000억원의 부채를 남긴다면 필요한 부채탕감규모는 3조8000억원이다. 마이크론은 “대부분의 은행이 하이닉스 채권에 40%가량의 대손충당금을 쌓았으므로 이 정도 부채탕감은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투신권과 일부 은행은 “이럴 수는 없다”는 반응이다. 마이크론은 또 하이닉스 메모리 사업부문을 인수하게 되는 신설법인(마이크론코리아)의 신규 투자를 위해 채권단이 1조5000억원을 신디케이트론 형식으로 신규 지원해야 한다는 주장이지만 이 역시 채권단에 큰 부담이다.

▽소액주주 반발 우려〓채권단에서 협상안이 통과돼도 소액주주들을 어떻게 달래느냐가 문제. 상법상 기업이 중요 사업 부문을 팔려면 주주총회 특별결의를 거쳐야 하는데 특별결의는 전체 주식수의 3분의 2 이상 동의를 얻어야 한다. 하이닉스는 90%가 소액주주여서 이들이 반대하면 안건 자체가 무산된다. 하이닉스의 핵심사업인 메모리사업 부문을 팔면 수익성이 떨어지는 비메모리사업만 남아 주식가치가 떨어지므로 기존 주주들로서는 반대할 가능성이 크다.

하이닉스가 매각대금으로 마이크론 주식 40억달러를 받더라도 10억달러는 해외채권자에게 돌아가므로 국내 채권단 몫은 30억달러. 30억달러 중 일부는 소액주주 몫으로 돌려야 할 것으로 보인다.

▽채권단 내 매각대금 분배도 골치〓매각대금을 채권단끼리 어떤 비율로 나눠 가질지도 골칫거리다. 산업은행을 비롯한 담보채권자는 변제순위에 따른 상환을 주장하고 있고 무담보채권자는 대출금비율대로 분배할 것을 요구하고 있어 의견조율이 필요한 상황. 특히 투신사들이 갖고 있는 채권을 어떻게 처리할지를 놓고 채권단의 이해(利害)가 날카롭게 대립할 것으로 보인다.

최영해기자 yhchoi65@donga.com

김두영기자 nirvana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