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동물원에 있는 빗물 저장 탱크
국내서도 빗물을 모아 이용하려는 운동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국내외 빗물 전문가들은 1일 서울대에서 열린 ‘제1회 빗물 모으기 운동 국제 워크숍’에서 “국내 연간 강수량 1276억톤 중 실제로 쓰는 것은 331억톤”이라며 “갈수록 심각한 물 부족 문제를 해결하려면 빗물 이용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앞으로 국내 건물과 주택에 외국처럼 빗물 이용 시설을 설치하는 운동을 적극 펼치겠다고 밝혔다. 이날 워크숍에서는 독일 등 외국의 활발한 빗물 이용사례가 소개됐다.
독일의 건축가인 쾨네크 클라우스 씨는 “빗물을 이용하면 화장실 이용과 세차 등 가정용수를 50% 절약할 수 있어 독일에 빗물 저장 시설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베를린 시청이 관련 비용의 50%를 지원하는 등 독일 전체적으로 2010년까지 빗물의 24%를 회수해 이용할 계획이다. 대개 지붕에서 흘러내리는 빗물을 지붕 밑에 달린 홈통으로 모은 뒤 지하 또는 지상의 저장탱크에 저장해 허드렛물로 사용한다. 여과기나 필터로 정화하는 경우도 많다.
일본에서도 인구 20여만명의 작은 스미다 시의 빗물 저장용량이 9000톤에 이르고 도쿄에만 750여개 건물에 빗물 이용 시설이 설치되는 등 빗물 이용이 활발하다.
한국도 지난해 3월부터 대형경기장의 빗물 이용 시설이 의무화됐다. 현재 인천, 대전, 전주, 서귀포 월드컵 경기장에 200∼1350톤 규모의 빗물 이용 시설이 설치돼 잔디장, 조경, 소화 용수 등으로 사용되고 있다. 일반 집이나 건물로 이를 확대하는 것이 과제다.
서울대 한무영 교수(지구환경시스템공학부)는 “일부 사람들은 산성비를 우려하지만 콘크리트 지붕을 통해 모은 빗물은 중성이나 약칼리성으로 변했으며, 산성비라도 처음 내린 뒤 5∼10분이 지나 받은 빗물은 쓰는데 문제가 없다”고 강조했다.
김상연 동아사이언스기자 dream@donga.com